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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흥행 향해 달려가는 영화 ‘후궁’ 김대승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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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영화 ‘후궁’에서 성원대군(왼쪽·김동욱)은 가져서는 안 될 여자인 형수 화연(조여정)을 끊임없이 탐한다. 그런 욕망이 아들 성원대군을 위해 화연 모자(母子)를 제거하려는 대비(박지영)의 권력욕과 충돌한다. [사진 롯데 엔터테인먼트]

6일 개봉한 영화 ‘후궁:제왕의 첩’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10일 하루 ‘마다가스카 : 이번엔 서커스다’에 밀려 2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곤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맨인블랙3’ ‘프로메테우스’ 등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에도 끄떡없이 17일 현재 누적관객 180만명을 기록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서 최고의 흥행속도를 내고 있는 ‘후궁’의 힘은 ‘야하다’는 데 있다.

주연 조여정의 노출 연기가 야하다는 게 아니라 등장 인물들의 탐욕이 적나라하게 그 속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야하다.

 왕을 독살, 아들 성원대군(김동욱)에게 왕위를 선사한 대비(박지영), 자신을 사모하는 성원대군을 이용해 대비의 위협으로부터 아들을 지켜내는 후궁 화연(조여정). 두 모성(母性)의 대립을 축으로 온갖 욕망이 교차하는 궁궐안 살풍경을 통해 영화는 혈연이 곧 권력이 되는, ‘지독한’ 욕망의 실체를 까발린다.

 1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대승(45) 감독은 “자식의 출세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화연과 대비의 욕망은 이 시대 엄마의 욕망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번지 점프를 하다’(2000) ‘혈의 누’(2005) 등을 통해 세밀한 연출력을 과시해왔다.

김대승

 -화연이 그토록 증오했던 대비의 모습으로 변해가는데.

 “화연과 대비는 서로의 거울이다. 대비는 화연의 미래이고, 화연은 대비의 과거다. 악순환되는 탐욕의 역사인 거다. 아름다운 모성마저도 탐욕에 물들어가는 모습은 무한경쟁 사회에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부모들은 ‘너 잘되라고 하는 거’라며 아이를 사교육의 쳇바퀴에 몰아넣지만 거기에는 부모의 욕망도 투영돼 있다. 성원대군 모자(母子)와 같은 관계가 이 시대에도 얼마나 많은지 돌아보자는 취지의 영화다.”

 -신상옥 감독의 ‘내시’(1968)의 리메이크라는 지적이 있다.

 “황기성 대표가 ‘내시’를 보여주며 다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사랑하는 여자가 궁에 들어가자 남자가 내시가 돼 따라 들어가는 내용인데 요즘 통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탐욕의 집합체인 궁궐은 흥미진진한 장소라고 생각해서 궁궐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개봉전 ‘야한’ 영화라는 입소문이 흥행에 도움을 주지 않았나.

 “‘그게 아닌데’ 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니까 내심 즐기기도 했다. 권력관계를 보여주는 섹스신에 카메라를 정면으로 들이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야하다.”

 -후반부에 나오는 성원대군과 화연의 정사신은 뒤집어진 권력관계를 상징하는 듯 하다.

 “그렇다. 화연을 더 많이 사랑하는 성원대군이 약자가 된다. 독하게 변한 화연이 ‘자식을 위해 누구도 희생시킬 수 있다’는 본색을 드러낸다. 모든 정사신에 권력과 욕망이 뒤섞여있어 한순간도 아름다울 수 없었다.”

 -배우들의 호연 덕을 본 거 같다.

 “처음에 조여정은 꿈도 못 꿨다. ‘방자전’에 이어 노출연기를 또 하겠나 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조여정은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은 생각뿐’이라며 캐스팅에 응했다. 영화의 흥행은 전적으로 조여정 덕분이다.”

 -이 영화의 개인적인 의미는.

 “‘가을로’(2006)가 흥행에 실패하고, ‘연인’이 개봉되지 못하면서 ‘김대승은 끝났다’는 말이 돌더라. ‘어차피 죽을 거면 장렬히 죽자’는 각오로 이번 작품에 달려들었다. 흥행 추세를 보니 이젠 다음 작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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