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독수리 위에 황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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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황선홍

‘황새’와 ‘독수리’의 대결에서 황새가 웃었다.

 포항 스틸러스는 1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16라운드에서 선두 FC 서울을 1-0으로 꺾었다. 포항은 지난 5월 어린이날 1-2 패배를 앙갚음하며 중위권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두 번 연거푸 지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한 ‘황새’ 황선홍 감독은 ‘독수리’ 최용수 감독과의 사령탑 대결도 2승1무2패로 균형을 맞췄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였던 포항은 경기 전까지 9위로 처져 있었다.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지만 둘 다 신통치 않았다. 황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이 심리적인 압박도 받고 자신감도 잃은 모습이다”며 “강팀 서울을 잡고 반전의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포항은 예리한 창 하나를 잃고 경기를 시작했다. 스트라이커 아사모아가 전날 훈련 후 골반 부상이 악화돼 “서울전에 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황 감독은 “최용수 감독이 가장 무서워하는 선수인데 무기 하나를 잃어버렸다”고 아쉬워했다.

 황 감독과 포항 선수들은 투지로 맞섰다. 특히 “포항으로 홀가분하게 내려가겠다”는 최 감독의 발언에 황 감독과 포항 선수들은 울컥하는 자극을 받았다. 자신들을 얕본다고 해석했다.

 신광훈의 경고 누적으로 두 달여 만에 출장 기회를 잡은 수비수 김대호(24)가 큰일을 해냈다. 김대호는 후반 13분 황진성의 코너킥을 골지역 정면에서 머리로 받아 넣었다. 서울 수비수들이 자신을 놓친 사이 공중에서 제대로 내리찍었다. K-리그 데뷔골을 터뜨린 김대호는 유니폼 상의를 벗고 기쁨을 만끽했다. 김대호는 “기자실 공식 인터뷰는 처음이다. 꼭 해보고 싶었는데 무척 설레고 가슴이 벅차다”며 “어젯밤에 골을 넣으면 유니폼을 벗을 생각을 미리 했다”고 즐거워했다.

 한편 두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멤버와 K-리그 선발이 맞붙는 올스타전(7월 5일)에 이날 이긴 사람이 선발 출전하기로 내기를 했다. 하지만 황 감독은 “내가 승리했지만 무릎이 안 좋다. 올스타전 선발 출장은 최 감독에게 양보해야겠다”고 여유를 보였다.

포항=한용섭 기자

◆K-리그 전적(17일)

포항 1 - 0 서울 대전 0 - 1 전남
수원 1 - 1 제주 부산 1 - 0 성남
경남 3 - 2 울산 광주 0 - 0 인천
대구 1 - 5 전북 상주 2 - 1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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