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강시대' 업계 긴장

중앙일보

입력

정보통신부가 19일 청와대 새해 업무보고에서 "국내 통신시장이 3개의 유.무선 사업자 그룹으로 개편되도록 하겠다" 고 밝히자 통신업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이 보고 내용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국내 통신시장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1998년에도 미 컨설팅 회사인 부즈 앨런에 의뢰해 이같은 3자구도 방안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통신업계의 판도 변화를 일으킬 차세대 이동통신(IMTㅡ2000)사업 등이 이에 맞물리는 만큼 이번 정통부의 발표는 전에 없던 중량감을 갖는다.

◇ 구조 개편의 필요성〓수년 전부터 유.무선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복 투자.과당 경쟁.수익성 악화가 외국자본이 밀려오는 통신개방 시대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정통부의 판단이다.

유선 부문의 경우 먼저 초고속 인터넷 사업은 한국통신.하나로통신.두루넷.드림라인 등 7개 사업자가 난립하면서 8천4백억원 이상이 중복 투자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은 부채 규모가 1조5천억원과 1조3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시외전화는 후발 사업자인 데이콤과 온세통신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사업 철수까지 검토되는 실정이다.

2위 업체인 데이콤의 경우 시외전화 원가 보상률은 97년 83%에서 98년 66.4%, 99년 61.9%로 악화일로다.

무선 부문은 한통.SK.LG 3사간 경쟁이 IMT-2000 사업자 선정 이후 급격히 양대 체제로 재편되면서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LG가 사업 포기를 내비치고 있다.

◇ 구조 개편 방안〓정통부는 과당 경쟁이 일고 있는 시장은 신규 사업자 진입을 억제하고, 독과점이 생기는 곳은 후발 사업자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독점인 한통의 시내 가입망에 경쟁을 도입하고, 망사업자인 파워콤을 인수하는 업체에 직접 인터넷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 업계의 시각〓정통부의 구조 개편 유도 방침이 국제 경쟁력을 갖는 ''복합 통신업체'' 를 만들어 글로벌 시대에 대응한다는 전략이 담겨 있는 정책 제안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유도를 위해 시장 개입의 수단을 쓴다는 지적도 있다.

정통부가 동기식 참여 업체에 유선 사업의 길을 열어 주는 복안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 가입자들은 어떻게 되나〓통신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기존 가입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를 주면서까지 M&A가 추진되면 기존 가입자의 이탈이 뻔해 인수의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업체간 M&A는 철저히 시장에 맡길 입장이지만 이용자 보호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피해가 없도록 조치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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