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단체 '음란,폭력 사이트와의 전쟁'

중앙일보

입력

김 현옥(42) 씨는 몇달 전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e-메일을 통해 음란물을 보는 것을 발견한 뒤 청소년들의 사이버건강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아들이 인터넷 유해정보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 자식의 사이버 건강을 위해 내가 나서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

그녀는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학부모정보감시단에 가입한 뒤 현재 인터넷 유해사이트를 감시하고, 건전 사이트를 권장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김씨는 "낯뜨거운 사이트를 찾을 때면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우리 애들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참아낸다" 고 말했다.

압구정동에서 멀티포트라는 PC방을 운영중인 이관표(45) 사장. 그의 PC방에는 고등학생 이하 청소년들은 들어올 수 없다. 자신의 PC방뿐 아니라 인근에 있는 다른 PC방 열 곳도 설득해 같은 방식으로 운영케 하고 있다.

이사장은 "청소년들이 PC방의 주요 고객이라는 점을 잘 알지만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을 생각하면 인터넷 유해 정보에 노출되기 쉬운 PC방에 아이들을 들여놓게 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이사장은 "청소년들을 손님으로 받지 않아도 PC방을 흑자로 만들 수 있는 수익모델을 개발해 다른 PC방에 보급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인터넷의 음란.폭력사이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부모들이 힘을 합쳤다. 음란.자살사이트 등 인터넷의 불건전 정보가 청소년에게 주는 해악이 도를 넘어섰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10대 청소년 중 41.3%가 인터넷 성인방송을 시청한 경험이 있다는 전자우편 마케팅 기업 에이메일의 최근 조사결과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인터넷 불건전 정보에 노출돼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학부모정보감시단의 김민선 팀장은 "최근 인터넷의 청소년 유해사이트들이 사회문제화하면서 이들 사이트를 감시하는데 동참하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고 말했다.

특히 학부모정보감시단을 비롯, 기독교윤리실천운동.정보교사단 등 40여개 시민단체는 인터넷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오는 27일 ''좋은 온라인 문화를 만드는 단체들의 모임'' (가칭) 을 발족한다.

청소년 유해사이트에 대한 어른들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이 모임은 모니터링.조사연구.캠페인.인터넷 예절교육 등 부모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인터넷상의 불건전 사이트에 대한 감시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정부도 적극적이다. 정보통신부의 나봉하 정보이용보호과장은 "부모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인터넷 선별프로그램 보급은 물론 자금지원 등도 계획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인터넷 불건전 정보를 막기 위한 국제적인 연대도 진행중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국제 인터넷 불건전정보 감시기구들이 모여 22~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이프 서핑 2001'' 에 참석해 국제교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정보감시단은 이 기간 중 싱가폴의 ''인터넷을 위한 부모들의 모임'' (PAGi) 과도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 유해정보 감시.차단 어떻게 하나〓인터넷에서 청소년 유해 사이트를 발견하면 사이트를 갈무리(캡처) 해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나 청소년보호위원회에 신고하면 된다.

윤리위원회는 이 증거자료를 근거로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ISP) 에 연락해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다. 해결이 안될 경우 심의를 거쳐 이용정지 등의 시정조치를 하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서버가 외국에 있는 경우다. 국내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 정통부는 이를 위해 해외 유해 사이트들을 모아 데이터베이스(DB) 로 만든 뒤 차단 프로그램으로 이 사이트들이 화면에 뜨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7월 1일부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이 시행되면 유해 인터넷을 더 효과적으로 가려내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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