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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마이웨이〉'짚,풀생활사 박물관장 인병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밤 12시 20분에 방송될 KBS 2TV〈마이웨이〉는 민족문학의 큰 산과 같았던 신동엽 시인의 부인이자 짚.풀생활사 박물관장인 인병선(67)씨의 삶을 조명한다.

지난 69년 4월 봄 날에 남편 신동엽을 가슴에 묻고 서른 다섯 해 동안 세 아이를 키워온 인병선 씨는 단지 '신동엽 시인의 미망인'으로 머물지 않고 그녀만의 독특한 '홀로서기'를 해왔다.

들과 농촌을 헤매며 전통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사라져 가는 짚 물건들을 수집해 왔던 것.

그러기를 20여년. 아궁이에서 재를 퍼 담거나 곡식ㆍ거름 따위를 쓸어 담는 삼태기, 여문 곡식을 단으로 묶을 때 사용했던 맺댕기, 짐을 일 때 머리가 아프지 않도록 받치는 똬리,짚신, 멍석, 망태 그리고 짚대 자수품까지 어느덧 모인 6천점의 수집품과 4만5천장의 사진은 지난 93년 그녀가 사재를 털어 세운 '짚풀생활사박물관'에 가득 들어찰
정도가 됐다.

투박하면서도 꾸밈새 없는 짚,풀 공예품들은 그녀의 손을 거쳐 옛정취가 새록새록 피어나는 예술품으로 바뀌었고, 이제 그녀의 연구소에는 짚공예를 배우러오는 꼬마들과 부모들로 북적거린다.

지난 해 10월 인병선씨는 수집품과 자료들에 대한 소유권을 미련없이 부천시에 기증했다. 짚문화에 대한 정보와 느낌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야 겠다는 뜻에서였다.

그러나 그녀의 들판 헤매기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 언제든지 짚문화가 다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작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

그리고 이제까지 모은 자료들과 함께 정리,분류해서 디지털화하고 있다.

〈마이웨이〉에서는 저명한 농업경제학자였던 북으로 간 아버지, 10여년을 사랑하고 떠나버린 남편 신동엽, 군사정권에 맞서다 의사의 꿈을 박탈당한 큰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가슴에 묻고 연구소 윗 층에서 오늘도 짚문화에 대한 열정을 가꿔가고 있는 인병선씨의 모습을 영상에 담는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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