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 천하장사 꿈꾸는 2m15cm '걸리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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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시작

그것은 작은 반란이었다.

지난 1월 24일 장충체육관. 동아대 1학년짜리 한 아마추어 선수가 모래판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준헌(지한).황규연(신창)등 쟁쟁한 프로선배들을 메다꽂고 아마추어로는 유일하게 설날장사 8강에 진출했다.

특히 백두장사를 두번이나 차지한 황규연을 밀어치기와 들배지기로 꺾을 때는 곧 천하장사에라도 오를 기세였다.

# '큰 놈' 최홍만
키 2m15㎝, 체중 1백54㎏. 발 크기만 해도 국내에서는 찾기 힘든 3백70㎜. 그는 크다.

미국 프로농구 NBA의 공룡센터 섀킬 오닐(2m16㎝, 1백43㎏)과 엇비슷한 체격이다. 별명도 '큰 놈' '걸리버' '왕발' 등 온통 크기와 관련한 것들이다.

고개를 숙이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문이 거의 없고 웬만한 넥타이는 가슴까지밖에 내려오지 않아 양복을 입지 않는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운전면허시험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다. 승용차에는 들어갈 수 없어서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앞으로 2년은 더 키가 클 것' 이란다. 그도 "2m20㎝까지는 클 것 같다" 며 멋쩍게 웃는다.

#엔지니어의 꿈을 접고 뭍으로
샅바를 잡기 전 그는 제주도의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제주도 북제주군 한림읍의 한림공고 진학을 앞둔 1997년 어느날.

협제해수욕장에서 동아대 씨름부와 제주씨름동호회의 친선 축구경기에 골키퍼를 보다가 부산 경원고 씨름부 조태호 감독의 눈에 띄었다.

그땐 운동선수가 될 생각은 없었다. 기계를 만지는데 관심이 많아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조감독의 추천이 워낙 강력했고 결국 "힘 한번 써보자" 는 결심을 굳히고 부산 경원고로 전학해 샅바를 잡았다.

#나만의 섬에 살고 싶다
지름 8m의 모래로 된 작은 섬. 모래판은 그의 고향 제주도처럼 푸근한 섬으로 느껴진다. 그는 그곳에 자신의 청춘을 내던졌다.

1백m를 15초에 주파하는 순발력도 지녔고 큰 키에 비해 몸의 균형이 제대로 잡혀 힘을 쓰는데 어색하지 않다. 이제 꿈은 이태현(현대)같은 천하장사가 되는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천하장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나서 또 한번 다른 인생에 도전하겠다" 고 당차게 말하는 그는 테크노 댄스와 인터넷 서핑을 즐기는 전형적인 n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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