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김 패션쇼 롱런 비결은 '공주 환상+최신 유행 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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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 상하이 이마트에서 열린 앙드레 김 패션쇼. 정준호(左) 김소연(中) 앙드레 김(右)이 마지막 피날레 장식을 하고 있다.[연합]

앙드레 김의 패션쇼는 십수 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하다. 23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앙드레 김의 패션쇼도 짧은 스커트로 시작해 웨딩드레스로 끝나는 쇼의 진행은 이전과 거의 같았다. 쇼 중간에 남녀 연예인이 이별을 연출하는 장면이나 일곱 겹의 옷을 걸치고 나온 모델이 한 겹씩 벗어던지는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지지 않은 것은 또 있다. 무대 밑 500여 석의 객석을 꽉 메우고 그의 무대에 박수 갈채를 아끼지 않는 관객들의 모습이다. 패션 쇼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문 밖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여전했다.

어린이도 구별해 낼 수 있는 앙드레 김 특유의 의상 하나로 40년 동안 한 해에 적게는 두세 번, 많게는 10여 차례나 국내외에서 패션쇼를 열면서도 그는 언제나 이렇게 환호를 받는다.

실제로 그의 쇼를 보는 동안은 다음 순서가 무엇인지 뻔히 알면서도 행복하다. 일단 그의 작품세계가 난해하지 않다는 것도 편안함을 주는 요인으로 보인다.

그의 옷은 척 보면 '공주와 왕자 의상'이다. 현실 세계에선 입고다니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옷들로 무대를 꽉 채우는 디자이너는 아마 '앙드레 김'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옷들을 보며 행복해지는 건 바로 '꿈속에선 자신도 왕자이고 공주'라는, 모든 사람들이 가진 환상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가 가장 즐겨 쓰는 말도 '판타지'와 '꿈'이다.

그러나 '앙드레 김 패션쇼'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가 단순한 몽상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의 패션쇼를 25년간 취재했다는 전 여성지 편집장 김미희씨는 앙드레 김을 '유행을 잘 따라가는 디자이너'라고 말한다.

"패션쇼에 나오는 옷들은 이전의 것들과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신 유행 라인을 절묘하게 살려 구식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날 상하이 쇼에 유일한 남자 모델로 등장했던 영화배우 정준호씨는 "앙드레 김의 패션쇼는 현실적이며 대중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앙드레 김의 패션쇼에는 언제나 인기 배우.탤런트들이 등장해 일단 대중의 눈길을 끈다"며 "옷맵시를 잘 살리는 전문 모델보다는 연예인을 내세워 패션쇼를 하나의 대중적 이벤트로 만드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비현실적 패션 세계를 지향하면서도 현실적인 유행과 계산을 잊지 않는 것이 그가 '롱런'하는 비결이라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상하이=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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