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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 미술에세이 펼친 '탐미의 시대'

중앙일보

입력

미술작품에 매혹된 한 딜레탕트의 고백인 〈탐미의 시대〉는 아슬아슬하다.

미술사.도상학(圖像學) 등에 관한 균형잡힌 지식 없이 미술작품과 작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하다는 표현은 따라서 위험한 모험을 바라보는 느낌인데, 흥미롭게도 이 책이 교양적 저술로 큰 손색이 없다는 점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그 결과 '인문적 상상력을 동원한 그림읽기' 방식이란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겠다는 확인으로 이어지는데, 그것은 저자의 전공인 국문학 등 인문학 소양에서 오는 균형감각과 그런대로 글을 매만질 줄 아는 힘 때문일 것이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저자 특유의 미술과 예술품에 대한 고질병 고백은 뿌리가 깊다는 발견이다.

"그림 속엔 허기진 내 청소년의 세월이 녹아 있다. 고흐, 뭉크, 모차르트 그리고 시(詩) 가 없다면 내 젊음은 망실되었을 것이고, 스스로 정신을 난자했을 것이라고…. '그림에 혼절한다' 는 표현을 겁도 없이 그것도 자주 사용한다. 예술에 대한 갈증과 지독한 탐미적 충동은 아마 생이 다할 때 비로소 멈출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여정은 종착지가 없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미술작품은 클림트의 '다나에' , 모딜리아니의 '자화상' 에서부터 한국의 고금 작가들까지 망라된다.

겸재 정선, 혜원 신윤복, 그리고 현대의 서세옥.이중섭 등 저자가 일찌감치 경복(敬服) 했던 작가들이다.

작품을 말하며 자신의 개인사를 털어놓는가 하면, 익히 알고 있는 미술사적 정보도 집어넣어 '흥건한 물기의 미술 에세이' 가 내내 펼쳐진다.

탐미주의자답게 여러 작품에 보이는 몽환과 에로티시즘, 그리고 자기탐닉 증후군에 집요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목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서술을 보인다.

물기가 지나치게 흥건하다는 지적은 해야겠다. 감정 과잉과 과도한 수사(修辭) , 과장버릇은 때로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는다.

이 책에 간결함의 미학인 미니멀리즘 작품이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청주교대 국어교육학과 교수인 저자의 이번 책은 1999년에 나와 주목을 받은 〈시와 그림의 황홀경〉에 이어 두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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