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 잃어버린 10년...IT로 되찾는다 [4]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쓰노부 히로코(松延博子.30.주부) 는 도쿄(東京) 우에노(上野) 의 집 근처 유니클로(UNIQLO) 숍에서 옷을 산다.

마쓰노부는 "어떤 물건이 새로 나왔는지 인터넷을 보고 알 수 있고, 파카 하나에 3천엔 정도로 싼 데다, 숍도 가까운 곳에 있다" 고 유니클로를 애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유니클로는 일본 의류시장 규모가 4.2% 줄어든 지난해 30%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는 무려 63%의 성장을 기대한다.

이 회사는 중국산 저가 의류를 파는 체인점을 요소요소에 구축해 놓고, 물류관리에 정보기술 (IT) 을 도입하며, 인터넷을 통해 가까운 숍과 상품을 안내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잃어버린 10년을 한꺼번에 만회하려는 일본의 키워드 중 하나는 ''클릭 앤드 모타르(IT와 전통산업의 결합) '' 다.

특히 화학.자동차.의류 등 경쟁력 있는 전통산업에 IT기술을 접목해 생산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전통산업의 IT 접목 노력은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세계 제2의 자동차회사인 도요타 본사와 공장이 모여있는 나고야(名古屋) 지역의 도요타시(市) . 이곳 쓰쓰미(堤) 공장에서는 사람 손과 로봇이 절묘하게 결합돼 10여가지 모델의 자동차를 한 라인에서 생산한다.

로봇은 차 앞에 붙어있는 바코드를 인식해 모델에 따라 조립 부품과 페인트 색깔 등을 바꾼다.

생산라인 현대화뿐 아니라 지능형 교통정보 시스템( ITS) 기술개발도 도요타가 전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 회사의 오쓰카 키요코(大塚きよ子) 기업PR부장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기존의 자동차에 ITS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좌우할 것" 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최근 자동차 안에서 음성으로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모넷(MONET) 시스템을 출시했다.

차 안의 에어백 센서와 연결돼 사고로 에어백이 터지면 사고장소를 바로 경찰.소방서 등에 통보해 주는 ''헬프넷'' 시스템도 내놨다.

종합상사인 미쓰이물산은 ''BIT(Bio+IT) '' 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농.축산 관련 생산.유통물에 IT기술을 접목 중이다.

미쓰이는 이를 위해 농업사이트 ''사이바이넷'' , 축산사이트 ''e-치구산닷컴'' 을 오픈했다. ''옴니프로2'' 라는 축산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바이오와 IT의 접목을 위해 싱가포르 국립암센터와 아시아인의 지놈 정보를 분석,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프로젝트도 벌인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의 니시무라 도시유키(西村俊之) 연구원은 "유통구조 혁신을 위해 대기업과 관련단체 등의 주도로 철강.전자.화학 등 6개 분야에서 20여개의 대형 ''e-마켓플레이스'' 를 운영 중" 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소기업도 IT기술을 도입해 비용절감과 마케팅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나가노(長野) 에 있는 일본 사케(청주) 회사인 사사이는 사케 탱크의 크기를 6분의1로 줄이고 인터넷을 통해 주문받아 그때 그때 사케를 만든다.

이 회사 인터넷 사이트엔 일본 전통시인 ''하이쿠'' 콘텐츠가 제공된다. 온라인으로 열리는 하이쿠 대회에서 당선된 네티즌에게는 푸짐한 경품을 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직원 12명으로 2억3천만엔의 매출을 올렸다.

사쿠라경제연구소 다케야스 가즈히로(竹安數博) 컨설팅부장은 "IT와 전통산업의 결합이 본격화하는 2005년이면 일본의 제품 생산비용을 지금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고 말했다. 3~10%의 고용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산업에 IT기술을 도입하는 데는 걸림돌도 있다.

세키구치 와이치(關口和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 논설위원은 "일본 기업들은 경영자들의 나이가 많아 IT기술 도입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고 말했다.

기업 임직원들도 IT가 가져올 고용감소가 불안해 적극적이지 않다. 제품마다 10여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유통구조도 IT접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