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건 홈페이지 구축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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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급성장하기 시작한 웹 에이전시 분야에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당장 현금이 되는 장사라는 인식이 강한데다가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에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N사. 나름대로 성공한 인터넷 업체로 꼽힌다. 인지도도 높은 편이고 네티즌들에게 반응도 좋다. 뉴스 매체로서 어느 정도 영향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수익이 없다는 점.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지금까지의 수익모델로써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자체 판단이다.
이 회사는 지난 해 말부터 웹 에이전시 사업을 시작했다. 웹 사이트 구축과 운영이야 지금까지 늘 해온 일이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하는 일이지만 그나마 이름이라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일을 따내기가 수월하다는 것이 이 회사의 생각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긴 하지만 홈페이지 구축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있는 것 같다”며 “지난 해 연말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4∼5건의 일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대형 프로젝트 대신 틈새시장을 노려 작은 일을 차근차근 해나갈 계획이다.

수익 올리기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닷컴기업들의 공통적인 입장. 유료화로 전환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단계다. 이런 입장에서 웹 에이전시는 가장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수익모델 중 하나다.

웹 에이전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 한 둘 가지고 깔끔하게 홈페이지 제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웹 사이트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으면 모두 웹 에이전시에 뛰어들고 있다”며 “다른 업종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부터 SI업체나 솔루션 업체들 중 일부가 웹 에이전시를 표방해왔지만 요즘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웹 에이전시와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업체들까지 앞다투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 사이트처럼 대형 닷컴기업들은 물론 그동안 별다른 수익 없이 광고에 의존해오던 수많은 닷컴기업들이 지금 웹 에이전시 행렬에 나서고 있다.

허브 사이트인 인티즌은 웹 에이전시 사업 진출을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마치고 지난 해 10월부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2백35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대형 사이트를 기획, 운영해온 노하우를 활용, 완벽한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것.

한국기자협회 웹 사이트 구축을 시작으로 한국P&G의 아기용품인 큐티 사이트의 리뉴얼, 헤드헌터 업체인 유니코서치, 쌍방울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잇달아 수주했다.

인티즌의 김진우 부사장은 “지금까지 국내 웹 에이전시의 영역은 웹 사이트 기획, 디자인, 개발, 시스템을 서비스하여 사이트를 구축하는 사업이었다”며 “인티즌이 추구하는 eCI 사업은 여기에 운영, 마케팅, 프로모션 노하우까지 제공하는 종합 컨설팅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후코리아는 이미 지난 해 5월부터 FMO(Fusion Marketing Online)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마케팅 사업을 펼쳐왔다. FMO란 야후코리아의 브랜드 파워와 온라인 상의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 오프라인 상의 브랜드들의 디지털화를 도와주는 것.

여기에 올해 상반기부터는 YES(Yahoo Enterprise Service)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서비스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YES 프로젝트란 인터넷은 물론 기업 내부의 네트워크인 인트라넷을 포함하는 기업의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통합 운영하는데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홍보실의 김병석 대리는 “이미 야후 본사에서는 맥도날드를 비롯, 11개의 글로벌 클라이언트를 고객으로 확보해놓은 상태”라며 “국내에서는 올 상반기 중에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비롯, 프리챌, 네띠앙 등도 내부적으로 웹 에이전시 관련 사업부를 신설하고 이 시장에 진출한 상태며 조인스닷컴 같은 언론 사이트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들어 물량 줄고 경쟁은 늘어

실제로 지난 한 해 웹 에이전시는 짭짤한 수익을 거두었다. 테헤란밸리가 자금난에 휘청거릴 때도 웹 에이전시 업계만은 예외였다. 경기 부진의 여파로 지난 해 하반기부터 물량이 대폭 줄어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이들 업체의 전년대비 성장률은 3∼4배에 달한다. 홍익, 클릭, 디자인스톰, 이모션 등 상위권 웹 에이전시 업체들은 각각 50억원에서 80억원 가량의 매출액을 거두었고 10억원에서 20억원 내외의 수익을 올렸다.

대부분 업체들이 올해도 지난 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된 매출 목표를 잡아놓은 상태다. 하지만 참여업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난 해와 같은 고성장을 구가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경쟁업체가 늘어나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수주율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해만 해도 프레젠테이션에는 항상 만나는 3∼4개 업체간의 경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보통 8∼9개 업체가 한 프로젝트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보통이며 10개 이상의 업체가 달려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당 단가도 많이 하락했다. 같은 수준의 프로젝트라도 해도 지난 해에 비해 80% 선에서 수주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신생업체들의 경우 파격적인 덤핑가격으로 공세에 나서는 경우도 간혹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디자인스톰의 손정숙 사장은 “파이 전체가 커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하면서도 “지나친 경쟁으로 단가가 떨어지는 것은 모두가 공멸하는 길”이라고 우려했다.

또 “새롭게 진출한 업체들이 자리를 잡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경쟁에 개의치 않고 자체적으로 내실을 다져나가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릭 홍보팀의 홍석진 팀장도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콘텐츠 구축이나 커뮤니티 사이트 운영에 대한 경험과는 분명 다르다”며 “그동안 수백 개의 사이트를 실제로 구축하면서 터득한 방법론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선두권 웹 에이전시 업체들은 토털 서비스와 함께 남들과 차별화된 자신들만의 장점 부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홍익인터넷은 컨설팅 인력을 대거 끌어들여 컨설팅이 강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클릭도 ‘iB Trend’라는 브랜드를 통해 기존의 디자인이 강한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기술력이 강한 회사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디자인스톰은 3D 에니메이션 부분에서 보유하고 있는 독보적인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캐릭터 사업은 물론 3D솔루션에서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시장보다 해외시장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하나의 추세다.

지난 해 외국계 웹 에이전시의 등장과 국내 대기업들의 진출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던 국내 웹 에이전시 시장. 웹 에이전시라는 업종이 무색해질 만큼 영역과 업종을 뛰어넘은 새로운 경쟁자들과의 한판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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