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게임산업엔 날개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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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개발사협회(KGCA) 소속 게임사와 아오조라엔터테인먼트 등 게임업계는 스스로 게임 교육기관 설립에 참여,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인력 양성 계획을 내놨다. 기존 대학에서 ‘게임학과’로 통합되어 있던 과정을 기획·프로그래밍·사운드·그래픽·마케팅 등으로 세분화했다.

비상하는 게임산업, 하지만 날개가 없다? 지난 해 5배 가량 업체 수가 늘어난 게임업계가 인력난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유망 업종으로 주목 받고, 게임업체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게임 개발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98년 숭의여자대학 컴퓨터게임학과를 시작으로 국내 10여 개 대학이 게임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게임학원이 속속 생기고 있지만, 업계가 원하는 인력 수요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업계가 나섰다. 한국게임개발사협회(KGCA) 소속 게임사와 아오조라엔터테인먼트 등 게임업계는 스스로 게임 교육기관 설립에 참여,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인력 양성 계획을 내놨다. 기존 대학에서 ‘게임학과’로 통합되어 있던 과정을 기획·프로그래밍·사운드·그래픽·마케팅 등으로 세분화했다. 국내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창의적인 시나리오의 부재, 전문화된 영역 분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함께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게임개발사협회는 세종대학교 사회교육원과 ‘세종KGCA게임스쿨’(http://www.sejong.ac.kr)을 공동 설립했다. 기획 및 프로듀서·프로그래밍·그래픽 3개 분야에 걸쳐 신입생 60여명을 선발했다. KRG소프트, 조이맥스, 손노리, 커멘조이, 위즈게이트 등 국내 정상급 게임업체 17개 사가 협력업체로 참여하며, 남택원 L&K 로직코리아 대표, 이원술 손노리 대표 등 업체 대표와 실무자들이 교수진으로 참여한다. 세종KGCA게임스쿨 쪽은 “성적이 우수한 수료생에게는 한국게임개발사협회 소속사에 취업을 알선하는 등 산학협동의 장점을 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1년 과정으로 1개월은 현장 실습이 이뤄진다.

교수진 확보, 커리큘럼 개발이 과제

아오조라엔터테인먼트·바닐라소프트·한신코퍼레이션 등은 서울게임대학(http://www.sgamecollege.com)에 설립 주주로 참여했다. 3월부터 개강하는 서울게임대학은 3년(고졸), 2년(대졸), 1년(재교육) 과정으로 구성돼 있으며, 게임디자인·음악·그래픽·프로그래밍·네트워크게임·애니메이션·게임마케팅 등 7개 학과 3백20여명의 신입생을 모집한다.

서울게임대학은 현재 평생교육기관으로 허가받기 위해 관련 부처로부터 실사를 받고 있다.

이보다 한 발 앞서 지난 해 11월 게임종합지원센터 산하에 게임아카데미(http://www.gameacademy.or.kr)가 개원했다. 서울 목동 방송회관 10층에 위치한 5백40평 규모의 게임아카데미에는 학생들이 자기 자리에서 컴퓨터는 물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첨단시설을 갖춘 강의실을 비롯 멀티미디어 자료를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는 정보자료실, 프로젝터·서버급 컴퓨터 등 보조기자재를 갖춘 기자재실, 회의실과 세미나실 등으로 꾸며졌다. 게임디자인·게임그래픽·게임프로그래밍 등 3개 학과 60명으로 구성되며, 2년 과정. 현재 2기생을 모집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급증하는 게임 관련 교육기관에 대해서 일단 반기는 분위기.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련 교육기관에서 이력서나 취업 문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다른 지원자들과 구별될 만큼 실력이 월등히 뛰어난 경우는 많지 않다”며 “현재 수준은 게임 제작을 위한 기초적인 교육 정도”라고 지적했다.

게임 컨설팅 업체 게임브릿지 유형오 대표는 “게임 교육기관이 급증하고 있지만, 교육을 담당할 강사진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라며 “양질의 교수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허울뿐인 전문 교육기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서대 게임전공 주임 김경식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는 부족한 교수진을 산학협동을 통해 해결하거나 게임 제작 경험을 많이 쌓는 것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며 “게임 관련 벤처 동아리 육성과 업계 실무, 대표들을 교수진으로 확보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4년제 대학으로는 올해 처음 졸업생을 배출한 호서대학교는 졸업생 중 60%가 취업했으며, 프로그래머 쪽은 100% 취업한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게임 관련 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아주대학교(미디어학부)·호서대학교(컴퓨터공학부 게임공학전공)·서울디지털대학교(멀티미디어학부 게임전공)·대구미래대학(컴퓨터게임제작과)·대덕대학(컴퓨터정보통신계열 게임·애니메이션전공)·동아방송대학(게임공학과)·부산 동서대학(인터넷공학부 게임·멀티미디어전공)·숭의여자대학(컴퓨터게임과)·청강문화산업대학(컴퓨터게임과) 등 10여 곳이다. 이밖에도 스턴게임아카데미· 아트센터·ENK디지털게임스쿨 등 인력 양성을 위한 사설학원이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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