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책 한 권 꼭 읽고 독서기록장 알차게 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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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진(오른쪽)양과 어머니 장미화씨.[사진= 개포도서관]

김예진(12·송파구 신천초 6)양은 지난달 12일 개포도서관이 주최한 ‘제1회 독서·논술대회’ 초등부에서 서울특별시교육감상을 받았다. 처음 참가한 교외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글쓰기와 관련해 사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독서기록장을 작성하며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앤 것이 그만의 비결이었다.

독서·논술대회 초등부 문제는 단편동화 『고양이야, 미안해』 전문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이었다. 하교 길에 발견한 새끼고양이를 도울지 말지 고민하는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다. “4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라 지문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어요. 글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 지가 고민이었죠.” 고민하던 김양은 고양이를 ‘소외 받는 이웃’으로 표현하고 이와 관련된 생각을 적기로 했다. 가난을 딛고 미국 프린스턴대에 합격한 김현근씨가 쓴 책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를 읽은 뒤 ‘소외계층’과 ‘희망’이란 단어에 대해 관심을 가진 터였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따뜻한 관심"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김양의 글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주제가 참신하고, 동화의 내용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양의 글쓰기 실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게 아니다. 꾸준한 독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주일에 책 한 권은 꼭 읽는다. 초등 저학년 때는 하루에 2권씩 읽었다. 재미있어 보이면 어떤 종류의 책이든 골라 읽었다. 한번 책에 빠져들면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책을 놓지 않았다. 엄마께 꾸중을 듣거나 친구와 싸워 우울할 때도 책을 읽으며 기분을 달랬다.

김양이 독서습관을 기를 수 있었던 건 어머니 장미화(37·송파구 잠실3동)씨의 공이 컸다. 장씨는 김양을 임신했다는 걸 안 뒤 바로 서점으로 향했다. 태교에 좋은 책을 구매하고, 출산하는 날까지 매일 2시간 동안 소리 내어 책을 읽었다. 김양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책을 듣고(?) 자란 셈이다. 장씨의 ‘책 읽어주기’는 김양이 태어난 뒤에도 계속됐다.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2~3권의 책을 읽어주는 게 장씨의 하루 일과였다.

장씨가 김양의 독서습관 기르기에 주력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수능 1세대’였던 장씨는 시험을 치른 뒤 독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수능에서 높은 성적을 받은 친구들에게는 ‘꾸준한 독서’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지문을 빨리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독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때부터 ‘내 아이에게 어려서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글쓰기도 독서와 연관 지어 교육시켰다. 장씨는 “초등학생이 처음부터 글을 잘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서기록장’을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독서기록장은 학교에서 정한 권장도서를 읽고 책 내용과 느낀 점을 간단히 정리하는 노트다. 한 해 동안 50권의 권장도서가 주어지니, 권장도서만 읽어도 1년에 50권의 책을 읽고, 50편의 글을 쓴다. 6년이면 300권의 책을 읽고, 300편의 글을 쓸 수 있다. 김양은 “독서기록장을 쓸 때는 줄거리만 대충 쓰는 게 아니라, 개요를 짠 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다. ‘신문을 읽은 뒤 느낀 점’ ‘나의 마지막 어린이 날’ ‘지구와 환경’ 등 교사가 내주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매일 글을 쓴다. “한 번의 글쓰기로 작문 실력이 눈에 띄게 달라지진 않아요. 하지만 자료 조사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고, 글을 쓰는 훈련을 꾸준히 하면 어느새 문장구사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글=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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