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Shot] “의야~샤” 포구의 은빛 함성 … 인도네시아 청년도 구슬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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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야~ 샤, 의야~ 샤!”

 경남 남해군 미조항 포구. 어민들이 박자와 리듬을 타며 그물을 위아래로 잡아챈다. 그때마다 손가락 굵기만 한 멸치들이 그물에서 떨어진다. 멸치가 튀면서 어민들의 얼굴을 때린다. “일이 워낙 힘드니 이렇게 소리 내서 박자 맞춰 그물을 털어야 해요”라고 덕성호 선원인 정동진씨가 말한다. “사람마다 소리가 다 달라요. 리듬과 박자만 같지, 진짜 힘들면 막 욕도 하 고 그럽니다. 하하하!” 정씨가 웃는다.

 나이 든 어민들 사이로 얼굴색이 다른 청년들이 보인다.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에서 온 선원들이다. 남해군 유자망협회 최해주 회장은 “뱃일 할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다”고 밝혔다. 배 한 척에 보통 2~3명의 외국인 선원이 일을 한다. 노동부 고용센터에 신청해 고용한다. 보통 숙소와 식사는 선주가 제공한다. 초보자는 1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인도네시아 청년 ‘보니(24·왼쪽에서 둘째)’가 힘드냐는 질문에 “조금이요”라며 웃는다. 한국에 온 지 2년째인 보니는 월급을 모두 고향집으로 보낸다고 했다.

 멸치잡이는 4월부터 6월까지다. 선원 9명이 탄 배가 새벽 3~4시에 미조항을 출발해 약 24㎏들이 상자 200~300개 정도를 하루에 잡는다. 어획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 상자 경매가는 2만~3만원 선이다. 이렇게 잡힌 멸치는 젓갈용으로 전국 각지의 수산시장으로 팔려나간다. 갓 잡아 올린 멸치는 횟감이나 조림용으로도 쓴다.

 “미조항 멸치는 액젓을 만들면 맑게 나와 음식 잘한다는 남도 사람들이 제일로 칩니다.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좋아 전국에서 알아줍니다.” 어판장에서 만난 주민 최경자씨가 멸치 자랑에 신바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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