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복지공약 268조원 들어 … 기업엔 재앙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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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기획재정부는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토론회 ‘재정콘서트, 나라 살림을 말하다’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사흘간 진행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 이영 한양대 교수,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 [연합뉴스]

“소득 격차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포퓰리즘 요소가 있지만 복지지출을 늘려야 합니다.”(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

 “늘리되 서서히 늘려가야 합니다. 그리스·아르헨티나·필리핀 등 ‘살아남지 못한 복지국가’를 보십시오.”(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스웨덴은 0세의 시설 위탁 비율이 0%대인데 우리나라는 32.5%입니다. 누구나 깔아주는 ‘무상복지’는 낭비가 큽니다.”(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나라 살림을 어떻게 꾸려갈지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14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공동 개최한 ‘3일간의 재정콘서트, 나라살림을 말하다’ 토론회에서다. 첫번째 총괄·총량 분야 토론엔 전문가 6명이 참석했다.

 정부가 선언한 ‘2013년 균형재정 달성’ 목표에 대해선 일단 유지하자는 쪽에 대체로 공감했다. KDI 고영선 연구본부장은 “남유럽 재정위기로 볼 때 한국의 국가채무도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36%)이 한국(31%) 수준이었던 스페인도 최근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고 본부장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고, 그 영향이 미국까지 전이된다면 모를까, 그 전까지는 (돈을 마구 풀기보다는 조절하는) 균형재정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은 “정부가 ‘균형재정에 너무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너무’는 아니지만 ‘집착’하는 건 사실”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나라 곳간을 착실히 채워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는 어떻게 세수를 늘리느냐다. 김한기 경실련 팀장은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낮다”며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배상근 전경련 본부장이 곧바로 반박했다. “기업 입장에선 당연히 법인세 인상은 말도 안 된다. 오히려 법인세율을 낮추면 세수가 더 늘 수 있다.” 이에 최상대 과장은 “세율을 인상하면 근로·투자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율 올리기보다는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지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고영선 본부장은 “대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 사회간접자본(SOC) 지출을 중심으로 구조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농업 분야도 인구나 산업규모로 볼 때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교부금은 전면 개편해 축소할 것을 주장했다. “일단 일을 저지르고, 국고에서 보조받기만 바라는 (지자체의) 모럴 해저드는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빠르게 늘고 있는 복지지출에 대한 우려도 잇따라 나왔다. 배상근 본부장은 “양 당의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재정부 추계로 5년간 268조원이 든다”며 “이는 기업엔 재앙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계산한 비용은 새누리당 275조원, 민주통합당 670조원에 달한다. 이영 교수 역시 “일단 늘린 복지를 줄이는 건 굉장히 고통스럽다”며 “우리 몸에 맞지 않는 너무 고급스러운 옷을 입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는 2005년 당시 기획예산처가 시작해 매년 열려왔다. 올해는 ‘토크콘서트’ 형식을 처음 도입해 딱딱한 진행 방식에서 다소 벗어났다. 민간 전문가는 물론 일반 국민도 방청객으로 참석해 질문을 던졌다. 재정부는 토론회 결과를 참조해 9월 말 확정할 ‘2012~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한다.

실효세율 납세자가 실제로 납부한 세율. 각종 비과세, 소득공제, 조세특별조치 등을 다 적용하고 실제로 낸 세금이 과세표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세법상 정해진 법정세율보다 항상 낮다. 2008년 20.5%였던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9년 19.6%, 2010년 16.6%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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