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정보 오용방지법 필요"

중앙일보

입력

미국 상원의원들은 과학자들이 인간게놈의 신비를 풀기 시작함에 따라 각국 정부들이 유전자 데이터의 오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톰 대슐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와 짐 제포즈 상원 건강.교육.노동.연금위원장(공화)은 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2월16일자)에 기고한 `게놈시대의 정책과제''라는 제하의 공동 논평에서 유전자 연구가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유전자 정보의 오용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 의원은 유전자 연구로 정밀진단과 치료약 개발 등과 같은 잠재적 혜택에도 불구하고 많은 윤리적, 법적, 사회적 우려가 존재한다며 사생활 보호와 공정한 유전자정보 이용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의원은 "유전자 정보 오용은 유전적으로 열악한 새 최하층(underclass)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슐.제포즈 의원은 악용 소지가 있는 유전자 검사가 더 보편화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적절한 안전장치가 없다면 유전자 혁명이 과학을 위해 일보 전진일 수도 있으나 인권을 위해서는 두보 후퇴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의원은 궁극적으로 모든 국가가 어떤 유전자 정보를 보호하고 누가 접근하며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논평은 갤럽의 한 조사를 인용, 미 성인의 86%는 의사가 유전자 검사를 하기 전에 피검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답했으며 93%는 연구자들이 유전자 정보를 이용하기 전 사전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 의원들은 지난 몇년간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인간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추진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제포즈 의원은 작년 여름 인간차별금지 법안을 간신히 통과시켰으나 유전자정보 오용금지 조항은 삭제됐다. 대슐 의원은 유전자 차별을 금지하는 연방차원의 법제정을 선호하고 있다.

대슐 의원은 예방적 유전자 정보를 토대로 하는 고용 및 의료보험 차별은 단호히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게놈자원센터(NCGR) 조사에 따르면 미 성인 85%는 고용주가 환자의 유전자 정보에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으며 63%는 보험사나 고용주가 유전자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면 검사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두 의원은 유전자 정보가 신생아 질병조사 샘플링, 병리표본(pathology specimen), 혈액은행헌혈, 연구수집 등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분류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미군은 전사자의 신원확인을 위해 모든 사병의 DNA 샘플 기부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 논평은 다른 나라들이 국가적 차원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며 아이슬란드 의회는 지난 99년 민간회사가 국민들의 유전자 정보를 연구자들에게 팔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결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가결했고 에스토니아 과학자들도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