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인간애 돋보여" JSA 베를린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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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치란 비극적 상황을 이토록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가." "남북 병사들이 영화처럼 교류할 수 있는가" "북한에서 본다면 어떻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올 베를린영화제(제51회)경쟁부문에 진출한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감독)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다. 황금곰상을 노리는 경쟁작들이 상영되는 베를린날레 파라스트 극장(2천여석)에서 12일 두 차례 열린 시사회에서 관객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통인 문단문제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남북병사들이 주고 받는 익살스런 대화에선 웃음을 터뜨렸고, 병사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맞서는 부분에선 숨을 죽이며 긴장했다. 영화가 끝나고 스크린이 내려가자 일제히 박수를 치면서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프랑스의 대형 영화사인 카날 플뤼의 잡지기자인 톰 리드그웨이는 "체제·이념대립이란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가는 구성이 좋았다. 잔잔한 웃음과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주는 동시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지적인 영화다"고 말했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섬'(김기덕 감독)을 봤다는 그는 '정말(Really)'이란 말을 자주 쓰면서 '…JSA'의 작품성을 칭찬했다.

또 독일에서 설치미술가로 활동하는 베니카 홀스는 "한국의 분단현실을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며 "인간과 사회의 아이러니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JSA'에서 주연을 맡은 송강호가 나온 '반칙왕'(김지운 감독·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진출)도 보았다며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전달하는 한국영화의 정직성이 좋다고 덧붙였다.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장의 열기도 뜨거웠다. 특히 우리처럼 나라가 갈라진 비극을 경험했던 독일사회인 만큼 분단문제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영화 속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인가" 라는 소박한 궁금증에서부터 "이런 영화를 만들 만큼 남북상황이 개선됐느냐"는 정치문제까지 다양한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영화가 독일통일을 모델로 했느냐. 감독의 통일관은 무엇인가"라는 물음도 있었다. 독일의 한 기자는 "사회나 정치의 부조리한 측면을 보여주는 게 영화(예술)의 사명이다"고 전제하고 "이런 점에서 '…JSA'는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병사들을 통해 현재 남북한의 동질성과 상이성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한국인을 위해 만든 작품에 외국인들이 어렵지 않게 공감해줘 고무적이다"고 대답했다.

그는 "사실 남한의 시각에서 영화를 만들어 북한의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며 "북한은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기 때문에 독일처럼 경제적 이유 하나로 통일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우들의 신상, 한국 영화계 현황 등을 묻는 경우도 있었다. 주연을 맡은 송강호는 "전방초소에서 군대생활을 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그때부터 영화상황과 비슷한 정서적 공감대가 쌓여 있었다"고 대답했다.

우리로선 이같은 호응이 18일 발표되는 작품상 등의 선정결과에 어떻게 연결될지 관심거리다. 할리우드 영화에 호감을 많이 보여왔던 베를린이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할지…. 경쟁작 가운데 아직 뚜렷한 화제작이 없어 기대를 걸어 볼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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