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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스타열전 (51) - 오마 비즈켈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에서 멋진 수비가 나올 때 사람들은 종종 '메이저리그급의 수비'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특히 뛰어난 유격수들이 펼치는 멋진 수비들은 가히 야구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메이저리그에서는 알렉스 로드리게스(25), 데렉 지터(26), 노마 가르시아파라(27) 등과 같이 젊고, 공수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유격수들의 등장함에 따라 바야흐로 '유격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유격수를 언급하는데 있어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선수가 있다. 바로 8년 연속 골드 글러브에 빛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노장 유격수 오마 비즈켈(33)이다. 89년 시애틀에서 데뷔한 이래로 올해 13년차를 맞이하는 베테랑인 비즈켈은 그가 활약한 12년동안 특히 수비와 주루 능력에서 메이저리그 최고로 인정 받고 있다.

1967년 4월24일 베네주엘라 카라카스에서 태어난 비즈켈은 베네주엘라 세미프로야구 선수였던 아버지 오마 비즈켈 시니어의 영향을 받아 야구를 시작했다.

1984년 싱글A 파이어니어 리그의 버트에서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생활을 시작한 비즈켈은 마이너리그 시절 공수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며, 1989년 마침내 시애틀 매리너스의 선수로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데뷔 첫 해부터 시애틀의 주전 유격수로 줄곧 활약하면서 좋은 수비력을 선보이던 그는 1993년 처음으로 골드 글러브를 수상함으로써, 그의 골드 글러브 8년 연속수상 행진의 서곡을 울렸다.

1993년 12월 그는 야구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 했다. 펠릭스 퍼민, 레지 제퍼슨 등과 트레이드되면서 클리블랜드 유니폼으로 갈아 입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트레이드는 비즈켈에게 행운이었다.

이적 첫 해인 1994년, 그는 오른쪽 무릎부상 때문에 불과 69경기에 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6개의 실책만을 기록하며 2년 연속 골드 글러브를 수상했다.

1995년에 접어들자 그의 타격과 주루 능력은 눈에 띄게 향상된다. 타율은 .266로 평범했지만, 처음으로 50타점 이상을(56점) 기록하는 한편, 한층 발전된 도루능력도 갖추게 되었다.

1996년부터 98년 동안 그의 타자로서의 기량은 나날이 발전하였다. 타율은 꾸준히 2할8푼대 이상을 유지하였고, 매년 50타점, 3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2번 타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1996년 시즌 후에는 어깨수술을 받았지만 이것도 그의 활약을 막지 못했다. 비즈켈은 1998년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광을 맛봤다.

그리고 1999년 비즈켈은 타자로서 최고의 해를 맞게 된다. 그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본인의 최고기록을 갈아 치웠고, 타율은 처음으로 3할대(.333)에 진입하며 그의 이름을 타격랭킹 6위에 올려놨다.

또한 도루 2위(42개), 최다안타 8위(191개)에 기록하며 비즈켈은 당당히 아메리칸리그 MVP후보에도 오르기 까지 하였다.

타율이 .287로 하락하며, 도루수도 22개로 감소했던 지난해는 수비수로서 최고의 해였다. 156경기 648회의 수비기회에서 단지 3개의 실책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그가 기록한 .995의 수비율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번째로 높은 수비율이었다.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타이기록인 95게임 연속 무실책 기록까지 수립하면서 이제 기량이 완전히 만개했음을 증명했다. 그에게 8년 연속 골드글러브가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의 수비를 보고 있자면 '야구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내야땅볼수비나 더블 플레이를 할 때 맨손으로 직접 공을 잡아서 바로 송구하는 플레이는 이미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지 오래이다. 비즈켈만큼은 글러브가 없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공상까지 할 정도다.

물론 어깨수술 이후 그전보다는 송구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뛰어난 수비에 오점을 남길 정도는 아니다.

또한 비즈켈과 2루수 로베르토 알로마(33)의 키스톤 콤비는 오늘날 뿐만아니라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콤비로 평가받는다. 그들의 화려한 플레이 장면은 프로야구 진기명기의 단골손님이다.

그러나 비즈켈이 단지 수비만 뛰어난 것은 절대 아니다.

공격면에서 그는 전형적으로 2번타자가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추고 있다. 스위치 타격, 뛰어난 배트 컨트롤, 번트, 빠른 발, 경기를 읽는 감각 등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이런 점들이 그를 메이저리그에서 작전소화능력이 가장 뛰어난 타자 중 하나로 평가되도록 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스위치타자로서 우타석와 좌타석간에 기복이 심한 것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지난 시즌 비즈켈은 좌타석에서 .311를 기록한 반면 우타석에서는 .218에 불과했다.

비즈켈은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다. 그러나 그는 받은 사랑을 다시 되돌릴 줄 아는 선수이기도 하다. 비즈켈은 야구활동 외에도 많은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불우한 환경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자신의 이름을 딴 'Omar y Amigos'(오마와 친구들)라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들에게 물질적, 정신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매주 토요일 클리블랜드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불우 청소년들을 제이콥스 필드에 초대하여 경기를 관람하게 하고 격려도 해준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99년 12월에 발생하여 2만5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베네주엘라 대홍수 때는 50만달러를 성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최고의 유격수의 자리는 이제 젊은 스타들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한창 무르익은 그의 기량은 아직도 건재하다. 비즈켈이 아직 33세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에게 아지 스미스가 세운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연속수상기록(1980~1992, 13회)의 갱신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의 화려한 플레이는 많은 팬들이 야구시즌의 시작을 고대하게 만드는 한가지임은 분명하다.

오마 엔리케 비즈켈(Omar Enrique Vizquel)

- 1967년 4월 24일 생
- 175cm 75kg
- 우투양타
- 연봉 : 300만달러
- 소속 : 시애틀(1989~1993), 클리블랜드(1993~)
- 통산성적: 1,620경기, 타율 .276, 41홈런, 515타점, 835득점 1,605안타 260도루

- 주요 경력
올스타전 출전(1998년)
골드 글러브 8회 수상(1993-2000년)
유격수 연속무실책기록(2000년) : 95경기
역대 유격수 최고 수비율(1천경기 이상 출전) : .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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