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뜨면 알려줄게, 중앙회 가입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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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최근 서울 변두리에 음식점을 차린 지 사흘 후 일이었다. 한국외식업중앙회(회장 남상만·중앙회) 지회 관계자가 찾아와 “개업을 축하한다”고 인사한 뒤 중앙회 가입을 권유했다. A씨에 따르면 중앙회 지회 관계자는 “가입만 하면 중앙회 측에서 단속정보를 미리 알려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A씨는 가입비와 회비가 아까워 가입을 망설였다. 그러자 그 관계자는 매주 A씨를 찾거나 전화를 걸었다. A씨는 “가입을 안 할 경우 중앙회 측이 구청에다 가게의 위반사항을 고발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A씨가 낸 가입비는 12만원, 매달 회비는 1만5000원이었다. 회비는 지회별로 차이가 나는데, 많게는 6만원이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개업한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B씨는 중앙회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B씨는 “위생교육이 끝난 뒤 별생각 없이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줬더니 계속 가입 권유 전화가 왔다”며 “싫다고 했더니 ‘단속 때 잘못되면 다 사장님 책임’이라며 겁을 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앙회 측이 음식점 업주들에게 회원 가입을 종용해 자영업자들의 원성이 높다. 중앙회는 ‘식품위생법 59조’를 근거로 1966년 설립된 외식업 종사자들의 동업자 조합이다. 세무신고를 도와주고 사업자등록을 위한 각종 편의도 제공한다. 그러나 중앙회 가입은 의무사항이 아니며, 단속 관련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역할은 없다.

 중앙회가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점포 주인들을 상대로 여는 위생교육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사업자등록증’을 받으려면 위생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서울 마포에서 가게를 처음 낸 C씨는 “위생교육에서 식중독 예방법 강의가 있었는데 대부분 누구나 아는 상식이었다. 너무 지루해 다들 낮잠을 자거나 스마트폰만 바라봤다”며 “나올 때 조리장·식당설비·인테리어 설비 등 전단지를 한가득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2만3000원과 6시간을 투자해 받아야만 하는 교육인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감독부서인 보건복지부 식품정책과 강인준 사무관은 “2년 전 경북지역에서 가입 종용 사례가 발견돼 시정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 정기감사 때 다시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은 “가게 주인들도 구청의 단속을 중앙회가 맘대로 할 수 있는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회 관계자는 “각 지회가 어떻게 회원을 모집하는지 중앙회가 모두 파악하지 못해 사정을 좀 더 알아봐야겠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가입 종용과 같은 민원이 접수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중앙회 측은 “단속정보 제공을 빌미로 가입을 유도하는 직원들에겐 엄격히 인사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그런 민원이 최근 없었던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회원들을 위한 봉사정신 등을 계속 교육하면서 가입 종용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방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위생교육의 경우 정부에서 지정한 프로그램대로 교육할 뿐 형식적 운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영익 기자

한국외식업중앙회는

- 성격 : 외식업계 종사자 권익을 대변하는 국내 최대 민간 직능단체

-설립시기 : 1966년 1월

-현황 : 40개 지회, 221개 지부, 16개 교육원

-회원 수 : 42만 명

-회원자격 : 일반음식점 영업자

- 주요 업무 : 정부 위생교육 위탁사업, 회원들 편의 위한 세무신고 등 업무 보조

- 설립 목적 : 사업자들의 사업권 및 권익 보호, 음식문화 개선, 식품위생 수준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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