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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게임산업 진출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매출액 1위의 단행본 출판사인 민음사(대표 박맹호)가 게임 유통 및 제작산업에 진출한다.

대형 출판사가 하나의 콘텐츠를 가지고 '종이책'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게임 등의 기획.유통에도 적극 간여하는 멀티미디어산업화는 미국.일본 등에서는 보편화된 현상이지만 국내 업계에서는 첫 시도다.

민음사는 세계 최대의 게임 유통업체인 하바스 인터액티브의 국내 협력사 YNK와 제휴, 올 3월부터 순수오락용인 '트라이브스 2' 등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원작으로 독일 회사가 만든 생태 학습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한글화한 '개미제국의 발견' 등을 유통시키기로 했다.

YNK는 용산의 게임매장이나 PC방, 민음사는 전국 3천5백여개 서점 및 백화점을 각각 책임지고 영업한다는 전략.

이와 함께 민음사는 자회사인 '비룡소' (아동.교육), '황금가지' (경제.경영 및 엔터테인먼트), '사이언스북스' (과학) 편집진들이 자체 개발한 콘텐츠들을 게임.영화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국내 제작사들의 게임 개발 및 수출을 지원하는데 일단 연간 10억원 정도를 투자,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이같은 업무를 총지휘할 황금가지의 장은수 편집부장은 "내년 말이면 세계 게임시장 규모가 영화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업계 전망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기반이 극히 취약한 국내 게임산업을 보고 우리가 나설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면서 "특히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에게 사줄 수 있는, 교육성과 재미가 결합된 게임의 개발.유통에 중점을 둘 계획" 이라고 말했다.

독일회사가 개발한 것을 이번에 민음사가 한글화해 유통시키는 '개미제국의 발견' 의 경우도 개미의 생태를 알아야만 게임을 잘 할 수 있어 개미에 관한 미니백과사전이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는 것. 민음사는 서울대 최재천 교수(생물학)의 『개미제국의 발견』(사이언스북스, 1999년)과 함께 판매전략을 펴 또다른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이같은 민음사의 행보는 국내 출판업계가 드디어 '아날로그' 식 경영의 영세성에서 벗어나 21세기형 멀티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또 정보.교양.오락을 한꺼번에 즐기고자 하는 디지털 시대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또 하나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고 지적했다.

그동안 민음사는 게임으로도 만들어져 대만 등에 수출한 팬터지 소설 『드래곤 라자』의 판권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게임 산업 관련 경험을 축적해왔으며 99년에는 클래식 음반 '모차르트 이펙트' 시리즈를 발간, 멀티미디어 산업 진출을 위한 준비 과정을 차분히 밟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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