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비전] 유 · 청소년 축구에 관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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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었다. 축구의 본고장 영국에서 발행되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축구 전문지인 ‘월드 사커’가 2월호 특집기사로 다룬 ‘떠오르는 세계 스타 1백명’에 한국선수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은 21세의 이나모토 주니치(감바오 사카)가 선정됐고 사우디아라비아는 모하마드 알실호브(20)가 한자리를 차지했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동국·고종수·이천수 등 한국의 유망주들은 다 어디로 갔나?

1998년 월드컵 챔피언인 프랑스가 7명,브라질·잉글랜드는 각각 6명·5명을 명단에 올렸다. 프랑스 월드컵이나 2000유럽선수권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프랑스의 아넬카,브라질의 호나우딩요,잉글랜드의 오언 등이 포함됐음은 물론이다.

과연 한국 축구의 미래는 어두운 것인가. 만약 어둡다면 어떻게 밝게 만들 것인가. 전 국민들의 관심이 거스 히딩크 감독의 대표팀에 집중된 가운데 다소 가려져 있지만 한국축구의 희망은 바로 브람 감독이 맡고 있는 유소년팀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아시아청소년대회 4강 실패로 올해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대회 출전이 좌절된 한국은 14·16세 이하 청소년팀을 그에게 맡겨 놓았다. 브람 감독은 히딩크와 같은 네덜란드인으로 70년대 세계적인 명문중 하나인 아약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레바논 청소년팀을 거쳐 작년 2월 레바논 대표팀을 이끌었다.

성인 대표팀의 부진도 부진이지만 미래를 책임질 유·청소년 축구의 암울한 현실에 더욱 위기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청소년 축구의 문제점은 우수한 수비수 부족,응용 플레이(임기응변)의 미숙, 전술에 대한 적응 능력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문제는 바로 현 국가대표팀의 문제점과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유소년 선수들이 19세 청소년 팀으로 연결되고 성인 대표팀으로 성장하게 된다.

맨체스터의 베컴, FC 바로셀로나의 클루이베르트, 아스날의 앙리 등등.모두가 어려서 부터 유소년 축구클럽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들이 결코 하루 아침에 스타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월드 사커’지를 통해 깨닫게 된다.

당장 학원축구 시스템을 클럽형으로 바꿀수 없는 현재의 우리의 상황에서 유·청소년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과거처럼 성인팀에 가려진다면 브람 감독의 영입으로 기대하는 체질 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세계 1백대 유망주에 한 선수도 오르지 못한 사실에 부끄러워만 하지 말자.

다행히 축구협회는 올해 유·청소년 축구 예산을 전년에 비해 2배(18억원)로 늘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중학교 저학년 리그가 정착되도록 심혈을 기울어야 한다.그들에 대한 끈질기고 강한 애정만이 한국 축구 미래를 밝혀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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