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온톡·라인 놔두고 왜 보이스톡만 공격하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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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호 04면

-‘보이스톡’의 국내 서비스 파장이 생각보다 크다.
“이동통신사들 입장은 알지만 반발 강도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이해하기 힘들다. 그동안 유사한 모바일 인터넷 전화 서비스가 많이 나왔는데…. 왜 보이스톡만 갖고 난리인지 모르겠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내놓은 ‘네이트온톡’이나 NHN의 ‘나인’과 뭐가 다른가. 보이스톡만 집중포화를 맞는 것이 억울하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

-3500만 가입자 ‘카카오톡’의 위력 때문 아닐까.
“카카오톡이 이통 업계의 문자메시지 수익에 영향을 미친 건 맞다. 문자메시지는 카톡이 이통사 관련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다. 단순히 문자를 주고받는 서비스라서다. 하지만 음성통화는 차원이 다르다. 보이스톡은 이통사의 고음질 통화를 대체할 수 없고 단지 보완재일 뿐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출시 회사(카카오)가 스스로 서비스(보이스톡) 품질을 깎아내리려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이통 업계나 정부 눈치를 봐서가 아니다. 실제로 보이스톡 같은 모바일 인터넷 전화는 이통사의 3세대(3G)·4세대(LTE) 서비스보다 통화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선인터넷이 연결돼야만 하고 음질도 좋지 않다. 끊김 현상도 있다. 카카오가 열심히 개발했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래도 스마트폰 이용자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모니터링하고 있다. 보이스톡의 경우 가입자를 헤아리지는 않는다. 대신 전화 콜 수를 점검한다. 솔직히 현재까지는 실망스러운 결과다. 보이스톡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 사람은 꽤 되지만 이를 이용해 통화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다.”

-이통사들은 보이스톡이 무임승차해서 통신망에 과부하를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보이스톡을 이용해 봤나. 써보면 안다. 모바일 인터넷 전화의 한계다. 걸고 받는 절차가 불편하고, 통화품질이 떨어져 웬만하면 음성통화는 이통사 서비스를 쓰게 된다. 통화료가 비싼 국제전화는 모르겠지만…. 특히 국내에서 중요한 통화를 한다면 보이스톡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이 대표도 이통사의 음성통화 서비스를 이용하나.
“카카오 경영진으로 웬만하면 보이스톡을 쓰려고 애쓴다. 수시로 품질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요한 업무 관련 통화는 이통사 서비스를 쓴다. 나도 SK텔레콤 가입자다. 금액이 큰 정액 요금제를 내고 음성통화는 물론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쓰고 있다. 카톡이나 보이스톡도 그런 부가 서비스 중의 하나일 뿐이다. 편한 사람끼리 요금 부담 없이 통화할 때 보이스톡을 쓰면 된다.”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KT와 달리 보이스톡을 전면 허용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앞서 가는 분 같다. 얼마 전 중앙SUNDAY 인터뷰 기사(본지 6월 3일자 21면, 사이트 http://j.mp/Lk7epG)에도 나오지 않았나. 카톡 같은 공짜 서비스가 섭섭하기는 하지만 시대 흐름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LG가 통신업계를 배신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혁신에 나선 것이다. 이통 서비스를 LG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와 통신업계가 상생했으면 좋겠다.”

-보이스톡이 와이파이(WiFi근거리무선인터넷)망을 넘어 3G(3세대)·LTE(4세대)로도 쓸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음성통화 시장 진입도 예상하는데.
“전혀 아니다. 카톡도 마찬가지지만,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하다 보면 와이파이망에 머물 수 없다. 3G든 LTE든 모든 데이터망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 음질도 떨어지고 끊김 현상도 있는데, 무슨 음성통화 시장 진입을 노리겠나. 국내외 가입자가 8일 5000만 명을 넘었다. 이들에게 다양한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3G·LTE망으로 보이스톡을 쓰면 공짜가 아니라 요금 폭탄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말도 안 된다. 3G·LTE망으로 동영상을 즐기는 것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보이스톡의 음성통화는 동영상 데이터보다 수백 아니 수천 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무슨 통신망 과부하이고, 통신요금 폭탄이냐. 부담이 거의 되지 않는 서비스다. 요금 폭탄 우려는 없다. 물론 해외에서 와이파이 같은 무료 인터넷망이 없는 곳에서 쓸 때는 모르겠다.”

-이통 업계가 보이스톡의 사용 제한과 함께 요금 인상이나 투자비 분담을 들고 나온다.
“이통사의 요금 인상 추진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하긴 그렇다. 이통사의 자율적인 가격 정책이니…. 다만 보이스톡 때문에 요금을 올리겠다는 논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카카오를 핑계로 가계 통신비 부담이 크다는 세간의 비판과 정치권의 요금 인하 압박을 피하는 동시에 요금까지 올리려는 셈이다.”

-이통사들은 보이스톡으로 매출·수익이 떨어지고, 통신망 투자도 힘들어진다고 야단이다.
“이통 업계가 원가 분석자료를 내놨으면 한다. 수익이 얼마나 떨어지고, 투자비가 어디에 얼마나 들어가는지 정확한 자료가 없다. 또 땅 짚고 헤엄치는 이통 사업의 손실을 언제까지 주변에서 보존해줘야 하나.”

-보이스톡으로 촉발된 통신과 인터넷의 싸움에서 정부 역할이 필요한가.
“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가서 설명을 했다. 모바일 인터넷 콘텐트 산업은 이제 막 개막 단계다. 카톡도 2년 좀 넘었다. 정부가 나설 때는 아니다. 괜히 정부 규제가 만들어지면 새로운 모바일 콘텐트 산업 자체가 말라 죽는다. 모바일 콘텐트 산업이 커지기 전에, 시장 파이를 키워 놓기 전에 섣부른 대책을 내는 것은 위험하다.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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