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with] 한의사 박원상씨 테스트 드라이버 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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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갈 곳이 있어야 자동차를 타는 사람과 갈 곳이 없어도 자동차를 타는 사람. 우리는 후자의 경우를 자동차 매니어라고 부른다. 자동차를 그저 편리한 이동 수단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자동차를 운전하며 무한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 말이다. 한의사 박원상(33)씨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3년간의 공중보건의 근무를 마치고 다음달부터 서울 한방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할 예정. 일 말고는 일체의 잡념이 허용되지 않는 지옥 같은 생활을 앞둔 그에게 week&의 행운이 닥쳤다. "꿈만 같아요. 메르세데스 벤츠 SLK 350이 제 드림카이거든요. 그걸 타고 카레이서들이나 달리는 용인의 스피드웨이를 맘껏 달려볼 수 있다니. 게다가 국내 최고 수준의 카레이서 출신 테스트 드라이버에게 운전 기술도 배우고…."

글=이훈범 기자<cielbleu@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우선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관계자에게서 안전교육을 받았다. 자동차 경주가 열리는 스피드웨이에서 운전하려면 라이선스가 있어야 한다. 일반도로에서는 볼 수 없는 위험한 굴절 코스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 레이서와 함께하는 만큼 예외적으로 면제를 받았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 불연성 소재로 만든 레이싱복도 착용했다.

"이 옷이 멋있어 보이기는 해도 여름엔 엄청나게 덥고 겨울에 무지 추워요. 그래도 불 속에서 30초간 타지 않고 버티니 살기 위해 입는 거죠."

▶ 국내 최고 테스트 드라이버 이동욱(右)씨에게서 운전 교육을 받고 있는 박원상씨.

카레이서와 테스트 드라이버를 10년 넘게 해오다 스포츠 마케팅 회사 IMEG를 차린 이동욱 대표의 푸념이다. 원래 신참이 유니폼을 입으면 뭔가 어색한 구석이 있게 마련인데 몸에 잘 맞는 옷을 구해서인지 원상씨의 차림새도 이 대표 못지 않게 그럴 듯하게 태가 난다. "신장 170㎝에 몸무게 70㎏이면 레이서로서 아주 이상적인 체형이라 할 수 있죠." 그러면서도 "5㎏ 정도는 빼는 게 좋겠다"고 지적하지만 일단은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다음은 시트에 앉는 자세. 원상씨가 자리에 앉자 바로 이 대표의 지적이 쏟아진다.

"그렇게 허리를 빼고 앉으면 안 되고, 엉덩이를 등받이에 바싹 붙이고 등받이는 135도 정도로 세워야 합니다.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았을 때 다리가 완전히 펴지지 않고 조금 구부러져 있도록 의자도 앞으로 당기고요. "

엉덩이와 등받이 사이의 공간이 넓고 등받이를 뒤로 많이 누인 채로 다니는 운전자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안전 운전뿐 아니라 자신의 허리 보호에도 최악의 자세란다. 핸들을 잡는 법도 마찬가지. 끝까지 돌렸을 때 팔이 어느 정도 구부러져 여유가 있어야 한다. 특히 핸들을 잡아당기면 안 되고 밀어주는 느낌으로 돌려 등이 시트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사이드 미러의 경우 땅과 하늘이 2대1로 보이고 차의 꽁무니가 거울의 끝에 살짝 걸치도록 조정하는 게 이상적이다.

드디어 SLK의 시동을 걸었다. 먼저 이 대표의 환상적 드라이빙 시범. 원래 테스트 드라이빙은 자동차를 극한 상황까지 몰아가야 한다. 급가속과 급제동, 급회전은 물론 엔진 과부하, 브레이크 베이퍼락(과열로 브레이크의 오일 속에 공기가 차는 현상)까지 온갖 못된 짓을 모두 연출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 자동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대표의 시범이 끝난 뒤 원상씨 차례. 하지만 위험하므로 이 대표의 묘기를 그대로 따라할 순 없고 고속주행을 하다 급제동 후 굴절 코스를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것을 배워 보기로 했다. 스피드웨이를 한 바퀴 돈 뒤 이 대표의 지적이 다시 이어진다.

"그렇게 브레이크를 늦게 밟으면 코너에서 바로 스핀아웃(고속으로 회전하는 자동차가 원심력에 의해 튀어나가는 현상) 돼 버립니다. 과감하게 밟으세요."

스피드웨이를 도는 횟수가 거듭되면서 원상씨의 운전은 한층 안정돼 갔다. 3500cc, 272마력의 엔진 소리가 더욱 우람해졌음은 물론이다. 최고속도 시속 250㎞에다 정지 상태에서 5.5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는 엔진이다. 흥분으로 상기된 표정으로 원상씨가 차에서 내렸다.

"어휴, 속도를 내니까 배웠던 것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원래의 운전 습관으로 돌아가던데요.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게 그래서 중요한가 봐요."

지적만 하던 이 대표가 어떤 일인지 칭찬으로 돌아섰다.

"그래도 레이서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웬만한 사람들보다 낫군요.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나보다. 운전은 무엇보다 눈 앞만 보지 않고 다음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대표는 강조한다. 만약의 사태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성능이 좋은 차를 타면 자기의 운전 실력이 좋아진 걸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한계를 알아야 합니다. 가장 훌륭한 운전은 남을 놀라게 하지 않는 거지요."

이 대표의 말에 원상씨 고개가 끄덕인다. 극한 상황을 겪어봐야만 현재 상황의 편안함을 비로소 알 수 있기 때문일까.

자동차 협찬=메르세데스 벤츠 장소 협찬=에버랜드 스피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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