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온양풍기초 홍순태 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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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태 교장은 “학교의 변화는 교사로부터 시작돼 학부모에게서 완성된다. 담임교사와 학부모가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양풍기초등학교에서 매달 열리는 학부모 교실이 화제다. 학부모 교육은 맞벌이 가정을 배려해 평일 밤에 진행된다. 매달 400, 500명의 학부모가 교육에 참여할 만큼 열기가 높다. 유명강사들이 찾아와 학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법한 아이들 문제에 대해 속 시원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 교육을 이끌고 있는 온양풍기초 홍순태 교장을 만났다.

-매달 학부모 교육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온양풍기초는 2008년 3월에 개교했다. 개교 당시 22학급이던 학교가 4년 만에 44학급이 됐다. 학생 수만 1300여 명에 달한다. 아산에서 제일 큰 초등학교다. 급성장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학부모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학부모 교육이 소통을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충남도교육청에 ‘융합형 찾아가는 학부모컨설팅 지역선도학교’사업신청을 하게 됐다.”

-강사섭외는 어떻게 하나.

“이미 도교육청이 ‘찾아가는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강사풀을 확보하고 있다. 학교차원에서도 필요한 강사를 추가로 섭외했다. 이미 10월까지 강사진을 확보한 상태다. 모두 교육분야 전문가들이다. 이정석 명륜학당 훈장과 이심훈 도교육청 학교정책과 장학관의 강의는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학문간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교육이 학부모에게 실현되고 있다.”

-교육에 참여한 학부모들의 평가는.

“대체로 좋은 편이다.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방향, 프로그램 등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고 교육의 본질에 한발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학부모들의 변화가 교육을 완성시킨다고 믿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가 같은 교육목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부모의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주로 평일 퇴근 시간 이후에 교육이 진행되는데다 강의내용도 유익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참여도가 높다. 강의가 끝나면 담임교사와 집단 상담이 이루어지는데 이를 두고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오해하는 학부모들이 일부 있는 것 같다. 담임교사와 학부모는 서로 부담 없이 자주 만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학부모교육에 참여한 학부모들이 자연스럽게 담임교사와 만나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교사들이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어야 하는데 불만은 없나.

“학기 초에 도교육청으로부터 가정방문에 대한 지침이 내려왔다. 사전 조사를 해보니 1000여 가정 중 절반이 맞벌이 가정이었다. 늦은 시간에 담임교사가 방문하는 것 자체가 학부모들에겐 부담일 수 있다. 맞벌이 학부모들이 퇴근 후 학교에서 마련한 교육에 참여하고 더불어 담임교사와 상담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학교와 학부모 모두 만족도를 높였다.”

-평소 ‘움직이는 학교’를 강조하는데 무슨 뜻인가.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교사가 정작 창의적이지 못하다면 말이 되나. 교사들이 대학 때 배운 지식으로 평생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려 한다면 어느 학부모가 공교육을 신뢰하겠나. ‘움직이는 학교’는 변화하는 학교를 말한다. 학교의 변화는 교사로부터 시작되고 학부모에게서 완성된다. 변하지 않으면 퇴보한다. 늘 새로움으로 세계를 경영할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야 한다.”

-매달 ‘독서왕’을 뽑아 직접 시상한다고 들었다.

“2년 전 부임해 와 조사를 해보니 학생들이 연간 13여 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육청이 연간 50권을 책 읽기를 권장하는데 많이 부족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도록 할까 고민하다가 매달 가장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 10명을 뽑아 시상했다. 도서상품권도 선물하고 때론 아이들 좋아하는 피자파티도 하고 부모님까지 초청해 삼겹살 파티도 했다. 지난해 평균 독서량이 70여 권으로 늘어났다. 강요하지 않아도 책을 읽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글쓰기 교육도 특화돼 있다는데.

“‘글씨 바르게 쓰기’ 교육부터, 학년이 올라갈수록 일기·생활문·독후감·논술 등 단계별로 글쓰기 교육을 하고 있다. 유형별 글쓰기 우수사례는 학교 홈페이지(오름방)에 올려 다른 학생들이 참고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전국대회에 나가 상을 받은 친구들의 글이 자신의 글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한마디.

“우수학교를 평가하러 다니면서 학교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더불어 갈수록 욕심이 커진다. ‘이런 것은 우리학교에서도 해봤으면 … ’하는 것이 많아진다는 말이다. 가끔 퇴직을 앞둔 선배들을 만나면 ‘이제 겨우 교육을 알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끝까지 ‘움직이는 교장’이 되고자 노력하겠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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