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확 달라진 모습 보라"

중앙일보

입력

열사의 땅 중동에도 겨울은 있다. 4개국 친선 축구대회가 열리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아침과 저녁에는 긴팔 옷을 입어도 오슬오슬 한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와 국경을 마주한 오만에서 1주일간 훈련을 하고 지난 6일 두바이에 도착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구릿빛 얼굴이었다. 오만 특훈의 강도가 만만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숙소인 메리디안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선수들을 운동장으로 내몰았다. 오후 6시부터 두바이 폴리스 스타디움에서 한 시간 가량 강도높은 훈련이 진행됐다.

핌 베어빅 코치는 논스톱 패스, 볼 주고받으며 뛰기, 공 떨어뜨리지 않고 헤딩 패스하기 등 숨돌릴 틈 없이 선수들을 몰아붙였다.

모두가 고도의 집중력과 개인기를 요구하는 훈련이었다. 실수하는 선수는 그 자리에서 팔굽혀펴기 10회의 벌칙이 부과됐다.

홍콩 칼스버그대회에서 다쳐 왼쪽 무릎을 여덟바늘 꿰맨 심재원(부산)은 꿰맨 부위가 다 아물지도 않았음에도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대퇴부가 좋지 않은 김은중(대전)도 "쉬고 싶은 생각이 없다" 며 운동장을 달렸다.

한국은 8일 오후 11시30분(한국시간) 모로코와 1차전을 갖는다. 북아프리카 축구 강국인 모로코는 '사막의 여우' 무스타파 하지와 유수프 사보(이상 잉글랜드 코벤트리) 등 주전들이 많이 빠져 크게 위협적인 전력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모로코전 선발 멤버의 윤곽을 보면 골키퍼에는 홍콩대회 파라과이전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첫승을 선물한 김용대(연세대)가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 수비는 홍명보(가시와).이민성(상무)이, 중앙 미드필더는 이영표(안양).유상철(가시와)이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반면 사이드 쪽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김태영(전남)은 서동원(수원)에게, 심재원은 연세대-부산 아이콘스 1년 후배인 송종국에게 추격당하는 양상이다.

오른쪽 날개는 최근 컨디션이 가장 좋은 박지성(교토)이 서정원(수원)보다 선발 출장할 가능성이 크고 최전방 스트라이커로는 김도훈(전북)이 현재로선 붙박이다.

왼쪽 날개와 처진 스트라이커(포지션 번호 10번) 자리가 좀 복잡하다. 마땅한 10번 요원이 없어 고민하던 히딩크 감독은 고종수(수원)에게 이 자리를 맡겨 시험가동해 볼 생각이다.

고종수가 10번으로 올라가면 왼쪽 날개는 박성배(전북)가 맡을 듯하다.

그러나 고종수가 왼쪽에서 워낙 발군의 활약을 한 터라 새로운 임무를 맡기는 게 부담스럽긴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