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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아이 보호, 바로 옆 부모·담임에게 답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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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홍권삼
사회부문 기자

“우리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5일 대구시교육청의 학교폭력 담당 간부는 긴 한숨만 쉬었다. 그는 “대책을 세워 추진하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자꾸 터지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2일 대구의 고교 1학년 김모(16)군이 또다시 자살하자 시민들은 침통한 표정이다. 일부는 “‘교육도시’가 아니라 ‘자살도시’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며 탄식한다. 교육계는 공황상태다. 다른 간부는 “아이들의 자살이 금∼일요일에 몰려 있어 주말만 되면 조마조마하다”고 털어놓았다.

 대구에 청소년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학생 권모(당시 13세)군이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부터다. 6개월 만에 10명이 자살을 시도해 8명이 숨졌다. 자살 동기(복수 동기 포함)는 부모이혼 등 가정문제와 지병(4명), 학교폭력·따돌림(3명), 성적부진(3명), 우울증(2명) 등이다. 올해 자살 학생 수는 예년 평균(8∼9명)을 벌써 앞질렀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월과 5월 두 차례 학교폭력대책을 내놓았다. 학교폭력 발생 때 원스톱 지원, 학부모와 교사 상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복수담임제 등 일부 제도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 상담도 형식에 그치고 있다. 자살 예방에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정말 대책이 없을까.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서 자살 위험 징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숨진 중학생 권군은 팔에 멍이 들어 있었고 점심시간 교실에서 혼자 운 적도 있다. 고등학생 김군은 지난 2월 유서를 썼다. 하지만 가족은 아이가 유서를 찢어버려 별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경북대 장문선(41·심리학) 교수는 “담임교사와 학부모에게 자살 예방교육을 하자”고 강조했다. 이들이 학생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살 위험 학생의 관리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 우울증 등 자살 우려가 있는 학생의 정보가 학년이 바뀔 때나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다. 구호성·전시성 정책으론 궁지에 몰린 학생을 지켜줄 수 없다. 담임교사와 학부모가 나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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