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좌충우돌 '도올 논어이야기' 의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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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을 뒤지니 '쉬는 시간에 재미있게 놀아서 기분을 즐겁게 하는 일' 이 오락이다.

KBS에서 방송되는 '도올의 논어 이야기' 를 오락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화를 낼 사람은 누구일까. 강의를 맡은 도올일까, 제작진을 포함한 방송사일까, 아니면 방청객을 포함한 시청자일까.

'도올의 논어 이야기' 는 두 가지 요소가 핵심이다. 하나는 도올이고 하나는 '논어' 다. 우선 도올을 눈여겨보자. '논어' 를 이야기하던 기존의 인물들에서 그는 확연히 비켜서 있다.

예의를 강조하는 듯 보이면서도 스스로는 예의를 무시하는 듯하여 헷갈리게도 한다. 육두문자도 과감히 구사한다. 솔직함이 지나쳐 좌충우돌이다. 뭔가에 미쳐본 사람이 아니면 그의 '광기' 를 이해하기 어려울 듯싶다.

따뜻한 시선으로 보면 그의 광기는 어린이의 얼굴과 닮았다. 그를 건방지다고 보는 시각은 그의 한 면을 확대하여 본 것이다. 어린이는 본래 순수하기도(childlike)하고 유치하기도(childish)한 존재다.

그는 '말씀' 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요령을 터득한 사람이다. 의미 있는 내용을 재미있는 형식에 담아낼 줄 안다.

그는 고전적 낭만주의자이면서 낭만적 고전주의자다. 공자는 아는 걸 안다 하고 모르는 걸 모른다 하면 그건 아는 것이라 했다.

좋은 걸 좋다 하고 싫은 걸 싫다 하면 그건 좋은 것이라고 고쳐 말한들 어떠랴. 그의 강의를 좋아하는 자도 있고 싫어하는 자도 있지만 그게 바로 균형잡힌 세상의 모습 아닌가.

1월의 마지막 금요일. 그 날의 부제는 절차탁마(切磋琢磨.31강)와 중용(中庸.32강)이었다.
거침없는 언변. 관객은 필기하다 박수치며 웃고 난리다.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의 '게릴라 콘서트' 코너는 거의 울다시피하며 관객을 모으는데 반해 비록 수는 적어도 모두가 알짜배기 자발적 관객이란다.

그는 헤겔 철학보다 자신의 똥철학이 더 위대하다고 말한다. 막스 베버를 인용하며 한마디로 '개 같은 소리' 라고 일갈했다.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철저한 준비, 곧 프로근성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였다.

강연은 공연이었고, 그가 서 있는 곳은 강단이자 무대였다. 학술집회인 줄 알았는데 이따금 종교집회 같았고 때때로 콘서트장 같았다. 그의 목소리가 금속성이어선지 마치 절규하는 헤비 메탈 가수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게 TV의 목표다. 그런 면에서 TV와 도올의 관계는 '이용후생(利用厚生)' 이다. 서로의 장점을 이용해서 대중의 삶이 두터워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으랴.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않으냐고? 오락을 오래 해 본 나는 말한다. 즐거움의 극치는 깨달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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