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편견 벗으니 함께 노는 동생들이 보였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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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학교 사회봉사단은 지난 1~2일 충남 대천 상명 수련원에서 나사렛새꿈학교 장애학생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즐겼다. [사진 = 상명대]

#1 중학교 2학년인 김선영(가명)양은 체중이 많이 나갑니다. 스스로 신변처리가 불가능해 소변을 볼 때 소변통을 사용해야 하지요. 대변을 볼 때는 성인 2~3명의 신체적인 지원이 없이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세워도 다리에 힘이 없어서 설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체중을 조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의사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 양현욱(가명)군은 양손과 몸에 강직이 심해 기저귀를 착용하고 생활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 휠체어에 의존해 지내다 보니 휠체어 타는 것을 싫어합니다. 식사 때도 소화를 시키기 어려워 음식을 가위로 잘게 잘라 줘야 합니다. 하지만 현욱군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환하게 웃으며 반응하는 착한 아이랍니다.

상명대학교(총장 강태범) 사회봉사단이 지체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학생들에게 특별한 이벤트를 선사했다.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가 주축이 된 상명대 사회봉사단이 지난 1~2일 이틀 동안 충남 대천의 상명수련원에서 나사렛새꿈학교에 재학 중인 지체장애 학생 62명(남학생 42명, 여학생 20명)과 ‘사랑의 수학여행’을 떠났다.

이번 수학여행에 참여한 학생들은 혼자서는 용변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중증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다. 이 때문에 평소에는 소풍은 고사하고 집 밖에 나가는 것 조차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세상 나들이가 힘들다.

 특히 일부 학생들의 경우 성인 2~3명이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서 있을 수 조차 없을 만큼 장애가 심해 이들에게 세상 밖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은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잡아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명대 사회봉사단은 이런 장애 학생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기 위해 이번 수학여행 기간 동안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어색한 인사로 장애 학생들을 만난 첫날에는 개화예술공원을 방문해 미술관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또 도자기 체험관에서 장애 학생들과 봉사단원들이 함께 도자기 컵을 만드는 동안 첫 만남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어느새 가족처럼 친근해 졌다. 개화예술공원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 봉사단원들과 장애 학생들은 곧바로 숙소인 상명수련원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캠프파이어와 함께 신나는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흠뻑 빠졌다. 전문 MC의 사회로 레크리에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장애 학생들은 함박 웃음을 지으며 수학여행의 묘미를 만끽했다. 봉사단원 학생들도 덩달아 신이나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함께 어울렸다.

“첫 만남은 다소 어색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꾸밈없이 맑기만 한 학생들을 보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처음에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했지만 ‘장애’라는 편견을 벗고 나니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동생들과 그냥 놀고 있더라구요. ‘장애는 그저 조금 불편할 뿐’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실감났어요.”

수학여행의 첫날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다음날, 상명대 사회봉사단과 장애 학생들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해안도로를 따라 시원한 드라이브를 즐겼다. 도착지는 대천해수욕장. 평소 바다구경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장애 학생들은 드넓게 펼쳐진 수평선을 보며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뜨거운 햇살 아래 파도가 밀려드는 모습은 장애 학생들에게 별천지나 다름없었다.

이처럼 평소 경험해 보지 못했던 다양한 체험을 즐긴 장애 학생들은 봉사단원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상명대 한만춘 학생처장은 “대학생들에게 봉사정신을 함양하고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해 이번 수학여행 행사를 마련했지만 오히려 대학생들이 장애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며 더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며 “거동이 어려워 세상 나들이가 힘들었던 장애 학생들에게 짧지만 세상 구경을 시켜 줄 수 있어 기뻤다. 앞으로 이런 행사들을 더욱 확대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대학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새꿈학교 김형일 교장(나사렛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은 “장애 때문에 집 밖에 나가기가 쉽지 않았던 아이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학생 언니·오빠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뭉클한 사랑을 느꼈다”면서 “모든 학생이 함께 어울려 공감하며 소통하며 보람을 찾는 시간을 마련해 준 상명대에 감사 드린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대천=최진섭·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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