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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타는 오뉴월 … 물 좀 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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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근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전국 강우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은 농가에 피해가 우려된다. 4일 대전시 유성구 방동의 한 저수지가 물 부족으로 바닥이 드러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쬔 4일 오후 충남 예산군 광시면 서초정리 들녘.

 대표적 농업용 저수지인 예당저수지에서 상류 쪽으로 1㎞쯤 떨어진 산골 마을(65가구)의 논바닥은 바짝 말라붙었다. 예년 이맘때면 모내기가 끝난 논에는 물이 철철 넘쳤다. 하지만 올해는 이상고온에다 가뭄까지 겹쳐 논바닥이 타 들어가고 있었다. 삽으로 논바닥을 뒤집자 흙먼지가 풀풀 날렸다. 물을 구하지 못해 이 마을 4620㎡의 논 가운데 30%는 아직 모내기도 못했다. 주우선(53) 이장은 “워낙 가물어 땅을 파도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앞으로 열흘 이내에 비다운 비가 안 오면 올해 벼농사는 포기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밭농사 피해도 적지 않았다. 수분 공급이 부족한 탓에 한창 수확기인 감자와 마늘의 씨알이 작아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상품가치도 떨어진 것이다. 예산군 광시면 시목리의 김택영(56) 이장은 “물이 부족해 200㎡ 밭에 심은 마늘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30% 넘게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중부 지방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5월부터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모내기를 끝마쳐야 할 시기에 물 부족으로 손도 못 대고 있는 사례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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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모내기를 끝낸 비율은 82% 수준에 그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평소대로라면 10일께 모내기가 다 끝나야 하는데 가뭄 때문에 차질이 크다”고 밝혔다. 이 중 충남 지역의 5월 강수량은 지난해에 비해 10%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연일 이어지는 땡볕 더위도 가뭄 피해를 부추기고 있다. 이날 청주와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30.2도를 기록했다.

 기상청의 정준석 기후예측과장은 “중국 화중지방(황허와 양쯔강 사이)에서 발달한 이동성 고기압이 동쪽으로 이동해 한반도 전체를 뒤덮으면서 비를 뿌리는 기압골이 제주도 쪽과 만주 쪽으로 치우쳐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선 제주도 지역만 지난달에 평년치(96.4㎜)를 웃도는 99㎜의 비가 내렸다.

 이 때문에 농촌 지역에서는 이미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3리의 김종철(49) 이장은 “5월 이후 비다운 비가 한 번도 안 내려 밭작물이 죄다 엉망이 돼 버렸다”며 “심어 놓은 고구마가 말라가고 콩이나 고추는 심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화 지역엔 4월에 121.6㎜의 비가 내렸지만 5월엔 10㎜에 그쳤다. 5월 평년 강수량(108.8㎜)의 9.2%에 불과하다. 남부 지방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역시나 강수량은 적다. 부산은 평년의 22.9%인 36.1㎜가 내리는 데 그쳤다. 정준석 과장은 “이달 하순 장마가 시작될 때까지는 중부 지방의 가뭄이 계속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북한도 봄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양·남포·신의주 등에는 지난달 3~20㎜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다. 조선중앙통신도 북한 서해안 지역이 1962년 이후 50년 만에 가장 적은 5월 강수량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대북단체들은 식량 부족으로 굶어 죽는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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