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맨, 우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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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타이거 우즈가 4일(한국시간) 열린 메모리얼 토너먼트 마지막 날 16번 홀(파3) 그린 주변 러프에서 구사한 15m 거리의 플롭샷이 홀로 떨어지자 큰 동작으로 포효하고 있다. 우즈는 이 홀 버디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더블린(미국 오하이오주) 로이터=뉴시스]

타이거 우즈(37·미국)가 4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골프장(파72)에서 끝난 미국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친 그는 최종 합계 9언더파로 로리 사바티니(36·남아공) 등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렸다. 시즌 2승째다.

 우즈는 16번 홀 그린 근처에서 플롭샷(그린 주변 러프에서 공을 높이 띄워 치는 어프로치샷)을 홀에 넣어 버디를 잡아냈다. 대회 주최자인 잭 니클라우스는 “내가 본 최고의 샷”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즈를 우승할 수 있게 만든 가장 큰 무기는 아이언이었다. 우즈는 올해 드라이브샷 정확도가 53%에 불과했지만 이날 티잉 그라운드에서 아이언을 많이 쓰면서 정확도를 93%로 높였다. 특히 버디 2개를 잡은 마지막 3개 홀에서는 모두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우즈는 드라이버를 두려워한다고 알려졌다. 그를 6년 동안 가르쳤던 스윙 코치 행크 헤이니는 “연습장에서는 잘 치다가도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가면 드라이버에 공포심을 느껴 황당한 샷을 하곤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심장 속에는 번쩍이는 아이언이 있다. ‘힘 자랑하는 마초’라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우즈는 성능이 좋은 하이브리드를 쓰지 않고 아이언을 쓴다.

 우즈는 아이언으로 9가지 구질을 거의 완벽하게 구사한다. 똑바로 가는 샷, 왼쪽으로 출발해 오른쪽으로 돌아오는 샷, 오른쪽으로 출발해 왼쪽으로 돌아오는 샷, 여기에 높이도 세 가지다. 총 9가지 조합이 나온다. 우즈는 모든 아이언으로 9가지 샷을 다양하게 할 수 있으며 이를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우즈는 맞바람이 불면 낮은 드로샷을 치고, 그린이 딱딱하면 높은 페이드로 공략을 했다. 홀이 그린 구석에 있을 때 우즈의 아이언은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휘는 구질을 치면 그린 가운데를 통과해 구석으로 굴러가서 최소한 파, 잘되면 버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즈는 이번 우승으로 PGA 투어 73승째를 기록했다. 역대 다승 2위인 니클라우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니클라우스는 73승을 47세 때 했는데 우즈는 그보다 10년 어린 37세에 기록했다. 우즈가 PGA 투어 최다승(82승·샘 스니드)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즈와 니클라우스 모두 일반 대회 최다승 기록을 크게 중시하지는 않는다. 니클라우스는 메이저 대회에 포커스를 뒀다. 우즈도 프로 데뷔 때부터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18승 기록이 목표라고 했다. 메이저 통산 14승인 우즈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14일 시작되는 US 오픈에 희망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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