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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마약 알코올 … 코카인, 헤로인보다 해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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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지난주 영국 언론은 마약 전문가의 신간 한 권을 대서특필했다. “알코올은 합법인데 마리화나는 불법… 건강 아니라 정치 때문에”(텔레그래프), “모든 자동차에 음주측정기 부착해야, 너트 교수 제안”(BBC, 데일리메일), “1급 마약 합법화 필요, 전 마약 자문위원 발언”(인디펜던트), “엑스터시·마리화나,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어야”(가디언).

 지난달 말 출간된 책은 『마약-과장과 헛소리를 뺀 진상(Drugs-Without the Hot Air)』이다. 저자는 영국 신경과학협회 회장이자 임페리얼 칼리지의 신경정신약리학 담당 석좌교수인 데이비드 너트. 2009년 영국 정부의 ‘마약 오남용 자문위원회’ 위원장이었으나 알코올과 담배가 LSD나 엑스터시·마리화나보다 더욱 해롭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탓에 해임된 인물이다.

 신간의 주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알코올의 해악을 적극적으로 퇴치하는 것이 공중보건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 알코올은 다른 모든 마약(담배 제외)을 합친 것보다 개인과 사회에 더욱 큰 해를 끼치는 마약이다. 세계 젊은이를 장애자로 만드는 원흉 1위다. 음주 운전을 원천 봉쇄하는 측정장치를 모든 자동차에 부착해야 한다.

 둘째, 알코올보다 위험성이 특히 작은LSD·엑스터시·마리화나 등 일부 마약은 합법화해 약국에서 치료용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근래 영국 정부가 메페드론을 불법화한 것은 잘못이다. 사용자를 줄이지 못했고, 판매자가 범죄집단으로 바뀌었다. 지난 20년간 코카인 사망자 수가 줄었던 시기는 메페드론이 널리 사용됐던 때뿐이었다. 네덜란드에선 합법적인 마리화나 카페가 있기 때문에 헤로인 수요가 줄었다.

 셋째, 모든 마약은 해롭지만 그 정도는 각기 다르다. 개별적 유해성에 관한 과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마약 정책을 바꿔야 한다. 엑스터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LSD는 알코올 중독을, 마리화나는 정신분열증을 치료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불법 약물이기 때문에 연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의 마약 분류는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정치·도덕·종교를 기반으로 자의적으로 결정됐다.

 영국 언론의 평가는 과학적 근거를 철저하게 갖춘 계몽서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한국에서도 논의해 볼 대목이 많다. 마리화나(대마초)와 엑스터시는 이미 우리나라 클럽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다지 않은가. 술꾼 대책은 또 어찌할 것인가.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