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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마키아벨리라면 어떻게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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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스탠리 빙은 마키아벨리를 기준으로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마키아벨리를 닮은 사람' 과 '그렇지 못한 사람' 으로. 마키아벨리를 닮은 전형적인 사람은 마이크로 소프트사를 만든 빌 게이츠, 얼마 전 퇴임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IBM 회장인 루이스 거스너 등 성공한 사람들이다.

마키아벨리를 닮지 않은 사람은 대부분 우리가 모르는 보통사람. 그들은 신문에 난 마키아벨리주의자들의 성공을 부러워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마키아벨리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책의 제목은 성공한 사람들의 머리 속에 항상 맴돌고 있는 질문이라고 한다. 물론 그 답은 마키아벨리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고, 저자에 따르면 곧 '세속적 성공을 보장하는 길' 이다. 저자가 세속적인 성공의 기준으로 마키아벨리를 끌어들인 것은 설득력이 있다.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은 약육강식의 냉혹한 현실에서 강자로 살아남기위한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가 평생 고민한 것은 전쟁과 침략이 거듭되는 격동 속에서 조국 피렌체가 살아남는 길을 찾는 것이었다.

그 고민의 결과 마키아벨리는 도덕과 종교라는 중세적 당위성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현실정치의 냉혹함을 있는 그대로 이론화.체계화할 수 있었다. 근대 정치학의 출발점이다.

마키아벨리를 고민하게 만든 6백년 전 국가 단위의 경쟁이 오늘날 개인 단위의 경쟁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착상이다. 마키아벨리가 주군(主君)에게 올린 책략을 저자는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소개하고 있다.

책은 마키아벨리식 처신을 45가지 지침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을 설명하는 대신 여러가지 사례, 주로 미국 현대사의 성공한 인물들을 예로 들며 그들의 성공이 결국은 마키아벨리적 처신에 따른 것임을 증명해 보인다.

저자가 현대화해 선보이는 마키아벨리의 메시지는 시대를 뛰어넘는 역설적인 생존전략으로서의 보편성이 있다. "필요할 땐 거짓말을 하라" "일체의 양심을 버려라" "편집증에 걸린 괴짜처럼 행동하라" "다른 직원들 사이의 불화를 즐겨라" 등등.

물론 대단한 악취미들임에 분명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스스로 마키아벨리주의자임을 과시하듯 도덕.양심의 흔적을 전혀 내비치지 않으면서 당당하게 독자들을 채근한다.

빨리 마키아벨리의 제자가 되라고, 그러면 성공이 보장된다고. 저자의 외침을 액면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성악설(性惡說)을 좇아 세상을 한번 뒤집어보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스탠리 빙 지음/ 원재길 옮김/ 해냄/ 8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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