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팬들의 영원한 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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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과 한국 전쟁 등 질곡의 현대사에서 주옥같은 노래로 서민들의 쓰린 마음을 위로해줬던 원로 가수들. 적지 않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지만 많은 이들은 현역 시절 못지 않은 노래 사랑으로 대중과 함께 하고 있다.

TV에서 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은 KBS의 '가요무대' . 그나마 요즘은 하나둘씩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신 그들은 팬들의 행사나 잔치에 초청받아 그래도 바쁜 일상을 보내는 편이다.

'나는 열일곱살이에요' 로 젊은 시절 남성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신카나리아(85) 씨는 경기도 안산의 예술인아파트에서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고령에도 별다른 지병없이 건강한 신씨는 "택시를 타면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신다. 사인 좀 부탁한다' 며 반기는 이들이 많다. 올해는 해외동포 위문 공연을 나가고 싶다" 고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대전블루스' 의 안정애(63) 씨는 봉사 활동에 열심이다.

함께 살던 외동딸이 외국으로 선교활동을 나간 뒤 혼자 지내고 있는 안씨는 "적십자 봉사활동에 자주 나간다. 양로원 등 각종 사회시설에서 노래하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있다" 고 말했다.

'홍도야 울지마라' 의 김영춘(83) , '백마야 울지마라' 의 명국환(74) , '홍콩아가씨' 의 금사향(72) , '만리포 내사랑' 의 박경원(70) , '청실홍실' 의 안다성(70) 씨 등은 가요무대에 비교적 자주 출연하는 편. 김영춘씨는 "일본 팬들로부터 종종 초청받아 출국하곤 했으나 이제 건강이 여의치 않아 국내에서만 활동하려 한다" 며 " '선창' 의 고운봉(81) , '소양강 처녀' '단장의 미아리 고개' 의 노랫말을 만든 반야월(84) 씨 등과 자주 만난다" 고 전했다.

'노란 셔츠 입은 사나이' 의 한명숙(66) 씨 역시 각종 행사의 단골 가수로 활기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40여년째 홀로 지내고 있는 '산장의 여인' 의 권혜경(70) 씨는 7년 전 서울을 떠나 충북 청원군의 한적한 곳에서 살고 있다.

권씨는 10여년 전부터 전국의 교도소 등을 돌며 후두암.백혈병 등을 이겨낸 투병기를 바탕으로 어려운 처지의 이웃들을 격려하고 있다.

'알뜰한 당신' 의 황금심(79) 씨는 노환으로 5년째 자리에 누워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식사를 잘 못하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편.

지난해 8월 경주 불국사 앞에 노래비가 세워진 '신라의 달밤' 의 현인(82) 씨 역시 몇달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아 외부 나들이를 중단하고 손님 방문도 사양하고 있으며 '봄날은 간다' 의 백설희(74) 씨 역시 건강이 좋지 않다.

이미자씨의 노래를 많이 만든 명작곡가 박춘석(70) 씨 역시 뇌졸중으로 5년전부터 거동이 어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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