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보스턴, '누구를 버리느냐'

중앙일보

입력

매니 라미레즈(28)의 보스턴 레드삭스 입단소식은 기존의 외야 주전이었던 트로이 올리리(31)와 트롯 닉슨(26)에게 있어서는 썩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이면서 뛰어난 외야수비 능력도 겸비한 라미레즈의 가세는 곧 그와 포지션이 겹치는 올리리와 닉슨, 둘 중 하나는 후보로 전락하거나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우려는 우익수 닉슨에게 먼저 찾아왔다. 클리블랜드에서 주로 우익수를 맡았던 라미레즈였기에 포지션이 겹치는 문제가 닉슨에게 먼저 나타나게 된 것이다.

풀타임 메이저리거 2년차에 불과하지만 나날이 공수의 기량이 발전하고 있는 닉슨. 그러나 페드로 마르티네즈(29)를 뒷받침할 만한 좋은 선발투수를 원했던 보스턴에게 있어서 젊고 기량이 뛰어나면서 몸값도 낮은 닉슨은 다른 팀의 뛰어난 선발투수를 영입하기 위한 좋은 트레이드 카드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보스턴은 지난 1월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더스틴 허먼슨(28)을 데려오는 대가로 닉슨과 유망주 투수인 토모 오카(24), 팩스턴 크로포드(23)를 보내는 트레이드가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허먼슨은 결국 세인트루이스로 갔고, 보스턴의 댄 듀켓 단장은 대신 노모 히데오(32), 데이빗 콘(37) 등, FA의 영입을 통해 선발 투수진을 보강했다.

닉슨의 잔류가 결정되자 보스턴은 라미레즈를 원래 포지션이었던 우익수에서 수비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좌익수로 이동시킬 것을 검토하게 된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불똥은 자연스럽게 주전 좌익수였던 올리리에게 튀었다.

자신의 설자리가 없을 것임을 인식한 올리리는 지난 월요일 보스턴의 지미 윌리엄스 감독에게 자신을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 자신을 다른팀으로 트레이드 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올리리의 영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팀은 뉴욕 메츠. 메츠는 노장 외야수 대릴 해밀턴(36)과 몇 명의 선수를 묶어서 보스턴에 트레이드를 제의했으나 보스턴의 거절로 무산됐다.

현재는 메츠를 비롯 다른 팀들과의 트레이드를 위한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년동안 좌익수를 팀의 5, 6번 타선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올리리. 1999년에는 28홈런, 103타점으로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으나 그 이후, 이혼과 같은 개인적 문제가 곂치서 부진에 빠졌었다.

결과적으로 보스턴은 올리리보다는 닉슨을 데리고 있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타력에서 올리리의 기량이 닉슨에 비해 뛰어남에도 그런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닉슨의 뛰어난 수비력이 크게 좌우한 듯 싶다.

메이저리그 구장 중 우익수 수비가 어려운 것으로 몇 손가락안에 꼽히는 펜웨이 파크에서 닉슨은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줬다. 라미레즈도 나름대로 수비가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의 수비부담을 줄여서 타력을 살려주고, 대신 더욱 뛰어난 수비를 자랑하는 닉슨에게 우익수를 맡기는 것이 더 안전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러나 올리리를 트레이드시키기에는 몇가지 걸림돌이 존재한다. 우선 460만 달러에 달하는 그의 몸값. 대부분의 팀들이 그들이 책정해놓은 예산범위 안에서 선수단 구성을 마무리하는 상황에서 460만 달러의 선수를 영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2루수와 유격수 백업요원이나 이상훈(29)외에는 거의 전무한 좌완 불펜요원을 원하는 보스턴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카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 외에도 올시즌 지명타자가 유력한 단테 비셰트(37)의 노쇠에 대한 우려도 그의 트레이드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팀으로 보내질 것인지는 주전선수들의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2월 17일 이전에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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