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가 2만6000원 유럽산 프라이팬 백화점선 8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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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1개월. 27개 EU 회원국산 공산품 9195개 품목의 관세가 지난해 7월 1일로 즉시 철폐됐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는 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는 품목이 적지 않다. 그런 제품 중 하나가 프라이팬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주부클럽연합회에 의뢰해 조사한 유럽산 프라이팬 유통가격을 3일 발표했다. 지난달 전기다리미에 이어 가격정보를 공개하는 FTA 관련 품목 2탄이다. 독일산 휘슬러·볼(WOLL), 프랑스산 테팔, 이탈리아산 WMF·TVS 등 총 5개 브랜드 제품 8종을 조사했다.

 프라이팬은 지난해 FTA 발표로 8%이던 관세율이 0%가 됐다. 그만큼 수입가격도 떨어졌다. 대한주부클럽에 따르면 관세인하 효과를 반영해 8% 넘게 판매가격을 내린 곳은 WMF(-20.1%) 1곳뿐이었다. 테팔과 볼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그대로였다. 휘슬러(-6.5%)·TVS(-4.7%)는 판매가를 소폭 내리는 데 그쳤다.

 특히 국내 백화점 판매가가 유독 비쌌다. 대중적인 브랜드인 테팔·TVS 등 4개 제품의 백화점 판매가격은 수입가격의 평균 2.9배였다. 수입·유통업체가 차지하는 몫이 수입가격의 190%에 달했다. 판매가격이 수입가의 평균 2.3배에 달해 지난달 물의를 빚었던 수입 전기다리미보다 더 높다. 게다가 2개 제품은 평균 수입가격이 2만6327원인데도 백화점에선 8만원 넘는 가격에 팔렸다. 대한주부클럽 김학희 사무처장은 “비싼 인건비, 임대료 등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대부분 독점 수입업체를 통해 유통되다 보니 많은 이윤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팔의 경우 그룹세브코리아, 휘슬러는 휘슬러코리아가 수입을 독점한다. 대한주부클럽은 “수입업자의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제품별 수입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백화점 판매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유독 비싸다. 볼(WOLL) ‘다이아몬드 플러스’의 국내 백화점 판매가는 23만원. 같은 제품을 6개 국가(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미국·일본) 백화점에선 평균 14만6137원에 판다. 국내 백화점이 57.4% 비싸다. 휘슬러(25.2%)와 WMF(3%) 제품도 한국 백화점이 더 비쌌다.

 다만 대형마트 가격은 한국이 오히려 쌌다. 테팔 ‘쏘테이스티 브라운’(3만6350원)은 해외 대형마트 평균가격(4만3393원)보다 16.2% 싸다. 다른 테팔 제품도 마찬가지였다.

 국내에서 유럽산 프라이팬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은 온라인 쇼핑몰이다. 온라인 판매가는 백화점 가격의 평균 69.9%에 그쳤다. 백화점에서 10만2440원인 테팔 ‘나츄라’가 대형마트에선 8만4000원, 온라인 쇼핑몰에선 6만4690원이었다. 단 볼 ‘로직’의 경우 전통시장(11만원)이 온라인(11만9960원)보다 더 쌌다. 김학희 사무처장은 “프라이팬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해도 수입업체가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가격 정보를 비교한 뒤 합리적으로 구입할 것”을 조언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위스키·전기면도기·전동칫솔의 가격정보도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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