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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평균 크기 5년 사이 22㎡ 줄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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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호 20면

GS건설의 소형주택 자이엘라 분양현장. 서울 대현동에서 지난달 평균 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사진 GS건설]

집이 작아지고 있다. 주택 수요자들이 소형을 원하니 집을 짓는 사람, 집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 주택정책을 만드는 사람 모두 ‘작은 것’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주택 다운사이징(downsizing)은 1~2인 가구 증가로 대표되는 가구 구조의 변화와 시장의 수요, 소형주택을 늘리려는 정책의지 등이 맞물리면서 근래 두드러진 추세다. 이에 따라 40년간 유지한 전용면적 85㎡ ‘국민주택’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집이 작아지면서 중산층이 원하는 규모의 집 물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의 평균 공급면적(전용+공용 면적)은 지난 5년간 16%인 22㎡(약 7평) 줄었다. 2008년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66만9000가구의 연도별 공급 면적을 분석한 결과다. 2008년 130㎡에서 꾸준히 줄어 올해 분양분(3월 말 기준)은 108㎡다.

<그래픽 참조>

작은 집이 돈 된다 … 주택 다운사이징 시대

GS건설은 올해 분양예정 물량 8025가구 가운데 7049가구를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으로 지을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 등도 비슷하다. 삼성물산이 짓는 서울 대치동 청실아파트 재건축은 122가구의 일반분양 물량을 서울 강남권에서는 드물게 59㎡와 84㎡의 중소형으로만 분양한다.

소형화는 오피스텔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분양된 전국 오피스텔의 평균 전용면적은 29㎡(약 9평)로 2005년 66㎡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공급분은 더 작아져 평균 26㎡다. 현대산업개발이 2월 분양한 ‘잠실 아이파크’는 전용 24㎡ 소형으로만 구성됐다. 소형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대형주택을 위해 마련한 택지를 소형 용지로 바꾸기도 한다. LH의 경기도 수원 호매실 택지, 대전 도안지구 택지 등이다. 당초 전용 85㎡를 초과하는 주택의 용지로 계획했으나 최근 85㎡ 이하 아파트를 짓기로 방침을 바꿨다. 230㎥ 안팎의 한 필지에 단독주택 2채를 짓는 ‘땅콩 주택’도 꾸준히 인기다. 재건축 아파트도 소형 평형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가락시영 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소형 비율을 30%로 늘린다. 소형(59㎡) 아파트는 당초 474가구(전체의 21.8%)에서 699가구(30%)로 는다. 고덕시영 아파트도 소형(전용 59㎡) 비율을 당초 666가구(20%)에서 1074가구(30%)로 늘린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60㎡ 이하 소형주택이 전체 주택 인허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48%로 2000년(24.2%)의 두 배 수준이다.

왜 집이 작아지고 있을까. 우선 경기침체 장기화로 대출이자·관리비 등 주거비용이 적게 드는 중소형이 선호된다. 임대 수익형 상품은 물론 소형 평형이 인기다. 이런 추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드러졌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소형주택 수요도 한몫한다. 집을 줄여 노후 대비용 현금자산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15년째 25평(전용 60㎡)짜리 아파트에 사는 자영업자 이창섭(53·서울 망원동)씨는 “20대인 두 자녀가 어렸을 때는 무리해서라도 넓은 집으로 옮기고 싶었지만 지금은 작은 집에 살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에 2000년대 중반까지 인기를 끌던 대형 평형은 찬밥신세다. 건설회사가 분양가를 깎아주고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일도 흔하다. 각종 가전제품을 경품으로 내놔 환심사기에 나선다.

이런 소형 바람 속에 국민주택 규모 기준을 바꾸자는 논의도 활발하다. “전용면적 85㎡ 이하인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의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민주택’은 1972년 주택건설촉진법을 만들 때 등장한 개념이다. 당시 5인 가족의 적정 주거면적을 1인당 5평으로 보고 25평으로 산정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서울 신당동 집이 25평이라 그걸 기준으로 했다는 해석도 있다. 미터법으로 바뀌면서 지금처럼 85㎡가 됐다. 85㎡ 이하 주택을 짓는 건설사에는 국민주택기금을 저리로 빌려주고 분양받는 사람에게는 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준다. 청약저축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건설을 촉진해 주택공급 가구수를 늘리고자 한 것이다.

국민주택 규모 축소론의 선봉장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국민주택 크기를 65㎡로 줄일 것을 국토해양부에 제안했다. 가구 구성원 변화와 소형주택 수요 증가가 주된 이유다. 주택기금 지원이나 세제 혜택을 더 작은 집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1972년 당시 평균 가구원 수는 5.09명이고 2010년에는 2.78명. 가구원 수가 줄어 1인당 주거 면적은 오히려 늘어난 만큼 국민주택 규모를 줄여 소형주택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은 1~3인 가구가 전체의 69%인데 소형 가구에 적합한 60㎡ 이하 주택비율은 37%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김기봉 팀장은 “시민 1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도 국민주택 규모를 줄이는 데 70%가량 찬성했다”고 말했다. 조명래(부동산학) 단국대 교수는 “국민주택 규모 축소는 한정된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이라며 “중대형 아파트 공급은 종전대로 시장에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주택 기준 변경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해양부 유성용 주택정책과장은 “85㎡는 상한선일 뿐 지금도 60㎡ 이하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서울은 소형주택이 부족하지만 전국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현재 잣대를 유지해도 된다”고 말했다.

시장이 선호하는 크기는 아직 85㎡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최근 전국 회원 중개업소 2078곳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찾는 주택은 전용 85㎡다. 전체의 77% (1614명)가 그렇게 답했다. 전용 65㎡ 이하는 15%(303명)였다.

집이 작아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한두 자녀를 둔 가정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60~80㎡ 정도 공간이 필요하기에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을 장기적인 거주공간으로 보기 어렵다. 작은 집을 너무 많이 지으면 일반 가정, 중산층을 위한 집이 장차 부족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위원은 “소형주택을 늘려가더라도 1~2인 가구의 증가 추세, 선호 주택 크기 같은 것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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