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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衣帶水 <일의대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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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호 27면

8월 24일로 한·중 수교 20년을 맞는다. 이에 맞춰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많은 기념행사가 열리는 건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부처님오신날인 지난달 28일엔 35세 이하의 젊은 공무원들로 구성된 중국청년간부대표단 150명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우상)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 같은 한·중 교류 행사 때 중국 측으로부터 곧잘 듣게 되는 성어(成語) 하나가 있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바로 ‘일의대수(一衣帶水)’다. ‘한 줄기 띠와 같이 좁은 냇물이나 강’이라는 뜻의 말이다. 강물이 흐르는 것을 멀리서 보자니, 그것이 마치 허리에 두른 좁은 띠처럼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는 데서 나왔다.

옷의 띠만큼이나 좁은 강이라는 의미로, 강폭이 매우 좁은 걸 가리킨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를 작은 잎에다 비유한 ‘일엽편주(一葉片舟)’와 비슷한 비유다.
지난달 28일 밤 열린 환영 만찬에서 중국대표단 단장인 우타오(武韜) 전 러시아 대사(차관급) 역시 “먼 친척보다 이웃이 더 좋다(遠親不如近隣)는 말이 있다”며 “중국과 한국은 일의대수(一衣帶水)의 이웃인 만큼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자”고 강조했다. 한데 이 ‘일의대수’에서 말하는 ‘수(水)’는 어디를 가리키는 걸까. 뜻밖에도 중국의 수많은 강(江) 중 그 폭이 가장 넓은 양자강(揚子江)을 일컫는다.

6세기 후반 수(隋)나라의 문제(文帝) 양견(楊堅)은 양자강 이북을 장악하고 호시탐탐 천하통일의 기회만을 엿본다. 그러다 양자강 이남을 차지하고 있는 진(陳)나라 임금이 주색(酒色)에 빠져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구실로 진을 공략하기 위한 출사표를 던진다.

양견은 말하기를 “내가 백성의 부모로서 어찌 한 가닥 좁은 강물로 인해 이를 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我爲民父母 豈可限一衣帶水 不拯之乎)”라고 했다. 양자강을 한낱 띠처럼 좁은 냇물에 비유한 것이다.

마침내 서기 589년 양견은 둘째 아들 양광(楊廣)을 총대장으로 삼고, 그에게 50만이 넘는 대군을 줘 양자강을 건너게 한다. 진나라가 이를 막아내지 못하고 무너진 뒤 양견에 의한 천하통일이 이뤄진다. 양자강을 일의대수에 비유할 정도로 ‘기우장대(氣宇長大, 기개와 도량이 웅대하고 큼)’한 양견의 말이 결코 빈말은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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