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카드에 나오는 호랑가시나무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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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양에서 크리스마스 나무로 알려진 '호랑가시나무'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호랑가시나무는 육각형의 딱딱한 잎과 그 잎의 뾰족한 끝에 딱딱한 가시가 붙어있는 나무입니다. 이파리의 표면은 짙은 녹색이면서 반들반들한 윤기가 있지요. 또 이 이파리는 두툼하고 뻣뻣한 특징을 가졌습니다.

호랑가시나무는 잘 자라봐야 겨우 3∼5미터 정도 자라는 작은 키의 나무이지요. 호랑가시나무는 성탄절 카드에 흔히 등장하는 뾰족뾰족한 초록색 이파리에 빨간 작은 동그라미 모양의 열매가 촘촘히 달린 바로 그 나무입니다. 아마 성탄절 카드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호랑가시나무의 꽃은 봄에 피는데 그다지 볼품이 없어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그러나 10월 중순께부터 작은 구슬 모양으로 빨갛게 맺히는 열매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겨울 숲 속의 원색이 모두 시들어가는 즈음에 홀로 정열적인 빨간 색 열매를 뽐내는 품은 정말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유혹입니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이 호랑가시나무가 유난히 많이 있는데, 한번은 눈이 하얗게 쌓인 어느 겨울 날, 천리포수목원 위 하늘을 날던 헬기에서 호랑가시나무의 빨간 열매를 보고, 산불이 났다고 화재 신고를 해서 호들갑을 떨었던 적이 있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여기 담아 보여드리는 사진들은 지난 11월 말 께 천리포 수목원에서 찍은 '완도호랑가시나무'입니다.

식물의 열매가 이토록 눈에 띄도록 열리는 것은 새들의 눈에 잘 띄어서 먹이가 되기 위한 생존 전략 가운데 하나이지요.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대신, 열매 안에 간직한 씨앗을 새들의 배설물로 수풀 속 어딘가에 떨어뜨리고 새로운 삶을 이어가게 하려는 것입니다. 호랑가시나무의 열매와 함께 겨울에 맺히는 열매들은 이렇게 빨간 색을 띄거나 혹은 새까만 색을 띄기도 합니다.

호랑가시나무는 이 빨간색 열매가 아름다운 까닭에 꽃이 봄에 피지만, '겨울나무'라 부르고 있는 겁니다.

서양에서 호랑가시나무를 크리스마스 나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빨간 열매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데에 좋다는 데에서 온 이름이에요. 서양의 크리스마스 카드에 뾰족뾰족한 잎사귀에 빨간 열매가 구슬처럼 맺힌 나무가 화려한 촛불과 함께 그려진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바로 그게 크리스마스 나무인 호랑가시나무입니다.

호랑가시나무는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에 퍼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전라북도 변산반도의 부안군 산내면에 호랑가시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어요. 우리나라의 호랑가시나무 자생지인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122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호랑가시나무는 변산반도 이남의 따뜻한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까닭에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처럼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호랑가시나무의 영어 이름은 '성(聖)스럽다'는 뜻의 'Holy'에서 나온 'Holly'입니다. 서양에는 크리스마스의 장식으로 이 나무를 선물하기도 하는데, 이때 선물 받은 나무 잎의 가시가 억세면 그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위가 강해지고, 부드러우면 어머니가 집안의 발언권에 강해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가시가 억세면, He-Holly, 부드러우면 She-Holly 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우리나라에서 '호랑가시나무'라 이름붙은 것은 잎 끄트머리의 가시가 마치 호랑이 발톱을 닮았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호랑이도 무서워 할 정도로 가시가 단단한 나무라는 뜻에서라고도 합니다. 또 일부 전북 지방에서는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등 긁개로 썼던 나무라 해서 '호랑이등긁개나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고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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