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신탁, 부도 초읽기에 속수무책

중앙일보

입력

한국부동산신탁이 또다시 부도위기에 몰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6일 돌렸다가 정부와 채권단의 중재로 회수한 8백38억원어치의 진성어음을 31일 오후 다시 돌렸다.

그러나 한부신은 자력으로 어음을 졀제할 능력이 없으며, 정부.채권단도 뽀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부신은 이 어음을 1일 은행 영업이 끝날때 까지 결제하지 못하면 최종부도처리된다.

◇ 대책 없는 한부신〓한국부동산신탁과 삼성중공업은 지난 16일 이후 몇차례 접촉을 가졌으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부신은 삼성중공업과의 협의를 통해 미지급 공사비(원리금 1천2백76억원)를 ▶4백60억원은 삼성이 시공한 테마폴리스를 분양가의 80%에 현물로 넘기고 ▶나머지는 3년에 걸쳐 분할납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부신 관계자는 "이달 중 있을 채권단의 채무조정회의에서 3천5백억원의 부채가 경감될 예정" 이라며 "이럴 경우 자금사정이 한결 나아져 공사비 상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삼성측은 여전히 현금만 받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한부신이 제시한 카드 가운데 테마폴리스 현물대납은 분양가의 70% 이상으로 받을 수 없고, 3년간 분할상환은 감정원과 채권단의 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입장이 엇갈려 그동안 가진 수차례의 협의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 채권단도 대책 없어〓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29일과 30일에 협의를 가졌지만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한부신의 부채에 이자를 깎아주고 한부신 대주주인 한국감정원에 1천2백억원 추가 출자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감정원은 그만한 돈이 없어 내심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31일에는 삼성측에 한부신의 협상카드를 수용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삼성이 교환에 돌린 8백38억원의 어음을 대신 결제해주지는 않을 방침이다.

결국 정부가 다시 개입하지 않으면 최종 부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 피해가 문제〓한부신은 부도를 내고 도산할 경우 이해당사자들의 피해액은 1조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도처리되면 이 회사의 신탁으로 진행 중인 전국 65개 사업장의 공사가 전면 중단되고 7백98개 시공.하청업체와 아파트 계약자들의 입주 피해가 우려된다.

이미 상당수의 사업장에서 공사가 부분적으로 중단됐다.

한부신이 시행자로 분양한 아파트나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 가운데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을 얻지못한 1천4백45명의 분양선수금 2천5백42억원은 고스란히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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