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의 화폐, 전자화폐(電子貨幣) [1]

중앙일보

입력

이번 겨울은 여느 해 겨울보다 폭설과 연일 계속된 강추위로 제법 매서운 겨울 맛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신문이나 TV에서는 몇 십 년만의 폭설이니 최저기온이니 하는 말들을 적지 않게 보게 되었고, 그로 인해 여기저기서는 뜻하지 않는 사고와 피해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와중에 얼마 전 한 일간지에는 IT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관심을 가지고 볼만한 기사가 하나 실렸다. 기사 내용의 요지는 폭설로 백화점이나 재래 시장의 매출은 급감하고, TV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는 품목에 따라서는 주문 건수가 평소 보다 2~3배 늘어난 곳도 있다. 대개는 직접 보지 않고도 구입할 수 있는 생필품이나 도서류 등의 주문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눈이 많이 내려 교통이 불편하고 날씨가 춥다는 이유하나로 이렇게 인터넷 쇼핑몰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당장이라도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평소에 온라인 쇼핑에 대한 이용률이 이 보다 떨어지는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일까? 아무래도 자기 눈으로 보고 물건을 사야 마음이 놓이는 쇼핑 습관 때문에 상품 사진이나 설명만 보고 물건을 구입한다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또는 물건을 구입해 놓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반품이나 환불이 제대로 안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일 수도 있다. 게다가 마땅히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이나 솔루션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 과정에서 생길 지도 모르는 개인정보유출에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한 여론조사업체에 조사를 의뢰해 지난 1월 9일자 신문에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70% 이상이 인터넷뱅킹과 인터넷쇼핑 과정에서 개인정보노출에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전자상거래 이용자중 34.3%가 개인정보노출을 우려해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터넷 쇼핑이나 온라인 뱅킹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결과이다. 아울러 현재 다양하게 시도되고 연구되고 있는 각종 전자결제 솔루션이나 전자화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용자들에게 안전하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함을 의미한다.

어쨌든 물건을 구입하고 서비스를 받으면 그에 대한 대가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다만 오프라인에서는 지폐나 수표, 동전과 같은 실제 화폐나 신용카드가 사용되고 온라인에서는 전자화폐라는 것이 사용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물론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신용카드가 현재로서는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결제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신용카드는 개인정보 유출이나 보안 문제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구매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소액결제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국내외 업체나 기관에서 다양한 종류의 전자화폐를 개발하고 있거나 이미 개발을 완료하고 사용 중에 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화폐나 소액결제 솔루션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전자화폐의 특징
동전이나 지폐와 같은 현재의 화폐는 발행이나 폐기에서부터 보관이나 수송 시에도 적지 않은 비용발생과 함께 도난의 위험을 늘 안고 있다. 특히 정보화 시대를 맞이해 인터넷 등을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크게 활성화되면서 원격지 송금이 불편한 현재의 화폐의 단점을 보완한 여러 가지 형태의 전자화폐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자화폐의 사용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고,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는 시점이기 때문에 화폐가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범용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즉,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아직은 전자화폐의 기능이나 종류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현재는 전자화폐를 발행하거나 유통하는 업체나 기관의 가맹점으로 가입되어 있는 상점이나 서비스 업체에서만 한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사용중인 화폐와 비교할 때 범용성은 크게 떨어진다.


현금지급기(CD)나 현금입출금기(ATM) 등의 금융자동화기기의 보급은 전자화폐의 필요성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반면 전자화폐는 비교적 위조나 변조 등의 위험성이 적고, 강력한 보안기능이 적용된 전자화폐의 경우는 도난이나 분실했을 경우에도 안전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전자화폐를 사용하면 10원 단위의 소액결제나 금액이 큰 경우에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과정에서 잔돈을 돌려 받을 수 없는 전자상거래에서 특히 유용하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자 입장에서도 현금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나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빠르고 확실하게 대금 결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판매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전자화폐를 통해 이루어진 매출 내역을 이용해 판매나 재고 관리에도 응용할 수 있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자화폐가 일반화되면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이익을 볼 수 있다. 현재와 같은 현금 중심의 거래 구조에서는 창구를 통한 입출금 업무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요즘도 은행에서는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거나 인터넷이나 전화, PC통신 등을 통해 입출금이나 자금이체를 하는 경우 수수료를 할인해주거나 감면해 주고 있다. 따라서 전자화폐가 활성화된다면 창구를 통한 입출금 업무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전자화폐를 이용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나 상품을 통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는 온라인 쇼핑 등 전자상거래에서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결제 수단이다

물론 이렇게 전자화폐가 활성화되고 지금의 화폐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화폐로서 가져야할 기본적인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전자화폐 솔루션의 개발과 표준화를 통한 범용성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전자화폐가 가져야할 기본적인 조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은 앞서도 말했지만 최소한 동일 경제권 내에서는 제한 없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추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현금처럼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즉, 화폐의 사용이나 결제 내역이 어떤 식으로든 추적되어서는 안되고, 이를 통해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전자화폐를 불법적으로 복사해서 부정한 방법으로 반복해서 사용할 수 없도록 이중사용방지 기능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 밖에도 타인에게 양도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거나 사용자나 전자화폐간 자금이체가 가능해야 하는 등의 조건도 필요하다.

김달훈
자료제공:pcBee(http://www.pcb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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