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콜린스 '아름다운 패배'

중앙일보

입력

승자의 화려한 축제 뒷면에는 언제나 패자의 아픔과 그늘이 있다. 미국 프로풋볼 뉴욕 자이언츠의 쿼터백 케리 콜린스는 슈퍼보울 패장이다.

그가 지휘했던 자이언츠는 한번도 공격다운 공격을 못 해보고 무릎을 꿇었다. 그는 슈퍼보울 불명예 타이기록인 인터셉트 4개를 당해 주위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경기 도중 어깨뼈가 어긋나는 부상을 당하고도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팀을 이끌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콜린스의 패배가 진정한 승리였다는 동정론이 일고있다.

콜린스는 30일(한국시간) "3쿼터에서 1백50㎏이 넘는 볼티모어 레이번스의 수비수 샘 애덤스에게 태클을 당한 뒤 어깨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고 밝히면서 "그러나 경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더 아픈 고통이 있더라도 뛰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콜린스는 알콜 중독자였던 과거를 딛고 슈퍼보울 무대에 진출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4개의 색(쿼터백이 스냅한 지점보다 후퇴한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에게 태클당해 쓰러지는 것)을 당했으며 10여차례는 패스를 던진 뒤 강한 태클을 당했다.

레이번스 수비수는 그의 패스 시야를 원천봉쇄했고 콜린스는 그물에 걸린 고기처럼 당황하며 패싱 루트를 찾지 못했다.

단 한차례 터치다운 패스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경기를 끝낸 콜린스였지만 동료들은 그를 위로했다.

수비수 마이클 스트래한은 실의에 빠진 콜린스에게 다가가 꼭 껴안으며 "내년에 다시 슈퍼보울 무대에 서자" 고 말했다.

백인 쿼터백인 콜린스와 흑인 수비수 스트래한의 포옹은 콜린스가 한때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경력이 있어 더욱 감동적이었다.

미국 언론은 30일 스트래한과 콜린스의 포옹을 기사로 다루면서 '자이언츠가 슈퍼보울에서 일방적으로 패했지만 그들의 투혼과 용기는 아름다웠다' 고 찬사를 보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