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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를 다지자] 26. 공사장 기초자재부터 부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초 경기도 E아파트 건설현장에 대한 전문분석을 의뢰받았다. 현장에 갔더니 아파트 6층 콘크리트 바닥 곳곳이 갈라져 있었다.

3~7㎜의 균열이 생긴 원인을 놓고 시공회사와 레미콘 공급회사 관계자는 서로 잘못을 미뤘다.

시공회사측은 "레미콘 회사가 불량 콘크리트를 공급했기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레미콘 회사는 "콘크리트가 굳지도 않았는데 시공회사가 거푸집과 동바리를 철거했기 때문" 이라고 받아쳤다.

동바리는 임시로 만드는 철제 가(假)기둥으로 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받쳐주는 가장 기초적인 시설물이다.

나는 '동바리가 부실해 콘크리트가 굳는 과정에서 움직여 일부가 밑으로 처지면서 균열(침하수축균열)이 생겼다' 고 진단했다.

균열이 철근 바로 윗부분에서 철근 방향을 따라 쭉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콘크리트를 전면 철거하고 재시공하라" 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 뒤 어떻게 처리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 그 상태에서 갈라진 곳만 때우고 7층 공사를 계속했다면 아파트 구조물의 설계강도와 내구성이 크게 떨어져 수명이 대폭 줄어든다. 또 콘크리트 바닥 곳곳에서 물이 새고 방음도 안돼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된다.

동바리의 부실로 인한 사고는 아파트에서 뿐만이 아니다. 교량.댐.건축물 등 토목 공사장마다 동바리가 부실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른다. 아예 구조물이 무너져 현장 인부들이 깔려 숨지거나 다치는 일이 많다.

2000년 4월 서울에 신축 중이던 센트럴시티 건물의 지상 2층 하차장 바닥 슬라브가 동바리 침하로 무너져내려 6천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 기초골조공사 현장에서도 1999년 9월 붕괴사고가 일어나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다.

그 해 8월엔 전주~완산간 도로확장 공사장이 무너져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고, 용담댐 공사 현장에서도 3명이 사망했다.

'설마 무너지겠느냐' 는 생각으로 기초시설인 동바리를 대충 대충 설치하고 있다.

특히 수십번씩 썼거나 변형돼 지지력(支持力)이 뚝 떨어진 동바리 자재를 별다른 생각없이 쓰는 경우도 많다.

김성수 대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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