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원로들 어떻게 지내십니까] 1. 미술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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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아쉬운 우리 시대에 원로의 존재와 조언은 큰 의미와 고마움으로 다가온다. 왕성하게 활동중인 분도 계시고 병석에 누운 어른도 있지만 존재만으로도 한국 사회의 소중한 자산임에 틀림없다.

최근 황순원.서정주.김기창씨등 어른들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그래서 더욱 쓸쓸하다. 문화계 원로의 근황을 살펴보는 '어떻게 지내십니까'를 5회에 걸쳐 싣는다. 게재순서는 1. 미술계 2. 문학계 3. 음악.무용계 4. 가요계 5. 영화.연극계 순이다.

서울대 미대 초대 학장을 지낸 서양화가 우석 장발화백은 올해 만 1백세를 맞았다. 장면 전 국무총리의 친동생인 장화백은 딸 애숙씨와 함께 미국 피츠버그에 살고 있다.

장씨의 제자 최종태(조각가.69.전 서울대 교수)씨는 "지난해까지는 정정하셨으나 최근에는 식사를 포함해 거동이 크게 불편하다고 들었다" 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올초에 받은 친필 연하장을 보니 과거의 명필 그대로여서 한시름 놓았다" 고 말했다. 지난 12일엔 뉴욕 맨하탄 성당에서 1백세 축하음악회도 열렸으나 본인은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화가 청강 김영기화백(90)은 작품활동도 계속하고 조석으로 산책을 할만큼 건강하다. 지난주엔 친구인 고 김기창 화백의 추도사를 하룻만에 집필, 본지에 싣기도 했다.

20년전에 도미한 서양화가 지연 김인승화백(90)은 캘리포니아주 아케디오 시에 살고 있다. 작품은 5년전에 중단했으며 보청기를 끼고 있지만 건강한 편. 매년 1~2차례 한국에 나와 3개월여씩 머물며 형제들을 만나고 간다.

한국화가 월전 장우성화백(89)은 요즘 감기 때문에 매주 한차례 즐기던 골프를 일시 중단했을 뿐 건강은 좋다. 2년전의 미수기념전도 신작으로만 꾸몄으며 요즘도 작품활동을 계속 중이다. 월전미술문화재단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면서 미술계 뒷이야기 원고도 집필 중이다.

한국 서양화단의 선구자 윤중식화백(88)도 작품활동과 음악감상, 맨손체조 등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근작을 포함한 대규모 개인전도 열었다.

한국화가 혜촌 김학수화백(82)도 산책과 작품활동을 계속하는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전쟁때 단신 월남한 김화백은 지금껏 혼자 살면서 지난 3년전까지 40명의 고아를 데리고 키웠다.

1998년 국립민속박물관의 초대전 이후 새로 그린 50점의 충효위인도로 올 가을 전시도 준비 중이다.

젊은이 못잖던 건강을 자랑하던 서양화가 김흥수화백(82)옹은 예전만 못하지만 활동에 지장이 없다. 서울 평창동에 금년 중 자신의 미술관을 개관할 예정으로 작품활동과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한편 서양화가 유영국(85).박고석(84)화백은 지병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와병 중이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있다. 동양화가 천경자(77)화백은 97년부터 미국 뉴욕의 딸 이혜선 씨(56.염색공예)집에 칩거하고 있다. 매년 한차례 한국에 들르지만 건강이 안좋아 대화나 사회활동이 불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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