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채 좀 사주세요” 라호이, 유럽은행에 SO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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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수도 마드리드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드리드 로이터=뉴시스]

“스페인 국채 좀 사주세요” 라호이, 유럽은행에 SOS

마리아노 라호이(55) 스페인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마침내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 구제금융펀드인 재정안정메커니즘(ESM)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ESM이 나서 유로존 부실은행을 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나서 스페인 국채를 사들여 값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호이의 SOS는 그리스·스페인·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요청과는 다르다. 그도 이런 오해 가능성을 의식해서인지 “구제금융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 등은 “라호이 요청은 구제금융 신청과 비슷하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자국 부실 은행에 공적자금을 넣자니 재정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으니 유럽 구제금융 펀드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뒤숭숭한 스페인 금융시장이 그런 시장의 판단을 부채질했다. 주가는 2% 넘게 떨어졌다. 전체적인 주가 수준은 미국발 금융위기 와중인 2009년보다 낮아졌다. 국채 값도 급락했다. 10년 만기 국채의 시장금리가 6.5% 선을 넘나들었다. 경계 수준에 이르렀다. 위기 임계점인 연 7%가 코앞이다.

 스페인은 올해 국가부채 1170억 유로(약 172조원)를 갚아야 한다. 게다가 재정적자 500억 유로도 부채를 끌어다 메워야 한다. 올해 안에 1600억 유로(약 247조원) 이상을 빚내야 한다. 한국 1년 예산의 70%가 넘는 규모다. “이런 때 국채 금리 상승은 치명적이다. 그리스 등은 금리가 7%를 넘어선 이후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끝내 구제금융을 신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라호이 총리의 뜻대로 ESM의 부실은행 지원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 통신은 “부실은행 구제에 ESM 돈을 쓰는 문제를 놓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리더의 의견이 엇갈린다”고 전했다. “가장 나쁜 일이 일어나기 쉬운 상황”이라고 제프리 삭스(경제학)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재정안정메커니즘

유럽연합(EU)이 재정위기에 처한 회원국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비상기금이다. ESM는 그리스를 포함한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PIIGS)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타 유럽 국가들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2010년 5월 9일 EU 27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브뤼셀에 모여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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