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거인 최홍만, 모래판 평정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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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해 모래판이 `괴물' 출현으로 술렁이고 있다.

두 차례 천하장사를 지낸 `골리앗' 김영현(217㎝.LG)과 비교되는 거구인데다 아직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밀어치기, 잡치기, 들배지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최홍만(20.동아대)이 주인공.

215㎝, 154㎏의 최홍만은 아마추어와 프로선수들이 함께 참가해 열린 설날장사씨름대회에서 프로선수들을 잇따라 제압, 씨름계를 긴장시켰다.

특히 16강전에서는 99년 설날장사이자 지난해 양산대회 1품이었던 황규연(신창)을 가볍게 뉘어 대회 최고 이변을 연출했다.

최홍만이 씨름에 입문한 것은 불과 4년전으로 기량은 아직 미완성.

96년 동아대와 경원고가 합동으로 제주 협재해수욕장으로 전지훈련갔다가 그 지역 씨름동호인들과 축구 경기를 하게 된 것이 씨름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

당시 중학교 3학년으로 키가 190㎝에 이르렀던 최홍만은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골키퍼로 나섰지만 유연성과 순발력을 발휘, 송미현 동아대감독과 조태호 경원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부모님을 설득, 경원고로 전학시킨 조태호감독은 이듬해부터 80년대초 민속씨름계에 한 획을 그었던 기량을 고스란히 전수하기 시작했다.

고교 졸업때까지는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다. 그러나 부쩍부쩍 느는 기량과 장래성을 내다 본 태백건설씨름단으로부터 1억5천만원의 몸값을 제의받기도 했다.

`기초를 더 닦아야 한다'며 동아대에 진학한 최홍만은 지난해에는 패배를 몰랐다.

전국체전을 비롯한 4개대회에서 전부 3위에 그쳤지만 시간끌기 작전으로 맞선 상대보다 몸무게가 더 나가는 바람에 `체중패'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을 뿐이었다.

최홍만은 거구에 어울리지 않게 테크노댄스를 즐길 정도의 유연성에다 순발력,재치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기량의 완성도를 높여 간다면 머지 않아 한국씨름계에 강자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씨름인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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