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자리 원했더니 … 슈밋 “멍청한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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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졸업을 앞둔 하버드대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앨스턴(미국) 로이터=뉴시스]

“아니, 이런 기업들이 이렇게 높은 자리를 내게 권했는데 신생 기업인 구글은 부문장 자리를 주겠다고요?”(셰릴 샌드버그)

“멍청한 소리 말라(Don’t be an idiot). 함께 로켓에 오르자.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직급과 보상 역시 빠르게 높아진다. 우선 합류하는 게 좋지 않겠나.”(에릭 슈밋)

 페이스북의 2인자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 43·여)가 23일(현지 시간)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졸업 전 기념 행사에서 전한 자신의 구직 활동 관련 일화다.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셰릴 샌드버그는 이날 졸업예정자들에게 ‘구직을 위한 조언’을 하며 자신이 2001년에 경험한 얘기를 꺼냈다. 당시는 샌드버그가 로런스 서머스(58) 재무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직후였다. 구글로부터 제안을 받은 샌드버그는 막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된 에릭 슈밋을 만나서는 “처우가 마음에 안 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랬다가 “멍청하게 굴지 말라”는 핀잔을 들었다. 졸업 강연에서 샌드버그는 슈밋의 말에 대해 “(그때까지 들었던 조언 중) 가장 훌륭한 커리어 관련 조언이었다”며 “이 말이 구글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에게 “성장성이 있는 기업이라면 당장의 직급에 연연하지 말고 우선 합류하라”고 했다. 샌드버그는 “구글의 온라인 세일즈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다 2008년 페이스북으로 옮길 때도 슈밋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겨우 23세인 마크 저커버그 밑으로 가느냐”라는 소리가 많았지만, 슈밋이 던진 충고를 마음에 새겨둔 덕에 훌훌 털고 페이스북으로 옮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샌드버그는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페이스북에 제대로 된 수익기반을 만든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친화력과 경영실력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을 세계 최고의 IT기업 중 하나로 키워냈다. 지난해 미국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물러날 때 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2008년 샌드버그를 영입한 이래 7000만 명이던 가입자를 9억 명으로 13배 이상 늘렸다.

 그는 하버드대 강연에서 “직급은 사다리처럼 계속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라”고 강조했다. “정보통신(IT) 업계처럼 수직적 위계질서가 덜한 곳에서는 갑자기 최고위직으로 뛰어오를 기회가 얼마든지 있는 만큼 당장 하위 직급으로 옮긴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샌드버그는 “커리어는 사다리가 아니라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정글짐과 같다”는 말도 했다.

 “처음부터 지름길로 승진할 생각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 역시 역설했다. “이력서(Resume)가 아니라 뭘 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명 대학 졸업장이나 전 직장에서의 직위가 다음 직장에서의 높은 처우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슈밋의 말을 따르지 않고) 만일 내가 미리부터 승진을 계획해 계속 올라가려고만 했다면, 과연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었을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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