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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버의 경고 … 현실화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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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 경제의 심장인 제조업이 활력을 잃고 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7.9%까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은 중국 장쑤성 장자강의 제철소에서 한 노동자가 용광로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장자강(장쑤성) AP=연합뉴스]

‘원조 닥터둠’인 마크 파버(66)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이 또 중국 경제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그는 27일(한국시간) 미국 경제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사람들이 그리스 유로존 탈퇴나 유럽 재정위기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그 바람에 더 중요한 중국 경기둔화 같은 위험 요인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파버의 ‘중국 경보’는 최근 열흘 새 세 번째다. 지난 1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중국 경기둔화를 경고했다. 이어 22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지적했다. 그가 단기간에 한 가지 위험을 이렇게 강조하기는 2007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 이후 처음이다.

 파버는 경제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급격한 변화의 시점)를 정확히 예측했다.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1년 닷컴 거품 붕괴, 2007년 미국 주택가격 폭락 등이다. 그가 위기만 예측한 게 아니다. 그는 중국 경제성장을 근거로 2000년 이후 원자재값 상승에 베팅해 큰돈을 벌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그는 중국 경제의 앞날을 밝게 보는 쪽이었다. 이런 그의 입에서 돌연 중국 비관론이 흘러나왔다. 그가 무엇을 봤기에 그럴까.

 무엇보다 중국 제조업 둔화다. 2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4월 제조업체 영업이익이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2.2% 줄었다. 그 바람에 올 1~4월 누적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했다. 한 달 전 발표치(1~3월 영업이익)인 -1.3%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

마크 파버

 중국 제조업 둔화는 다른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HSBC은행이 최근 내놓은 5월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7이었다. 한 달 전 49.3보다 낮아졌다. PMI는 제조업 전체 활력을 재는 온도계다. 기준인 50을 밑돌면 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중국 PMI는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째 50을 밑돌았다. 그 바람에 설비투자마저 줄고 있다. 올 1분기 설비투자는 200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중국 정부도 경기둔화를 사실상 인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원자바오(溫家寶·70) 총리 등은 23일 열린 국무원 상무위원회에서 “세계경제 회복이 늦어져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며 “경제 운용 목표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어 경기 하락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제조업은 최근 20년 중국 경제의 가파른 성장을 이끌었다. 파버는 “제조업 둔화는 일단 중국 경제의 심장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 로이터 통신은 “중국 경제분석가들이 예상한 올 2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7.9%”라고 28일 전했다. 2009년 3분기(7~9월)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성장률이 8% 아래로 떨어지는 셈이다. 이른바 바오바(保八·8% 이상 성장)의 실패다.

 관심은 둔화가 경착륙으로 이어질지에 집중되고 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경제학) 교수 등은 “중국 정부가 탄탄한 재정과 건전한 금융 상황을 활용해 공격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면 경착륙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쪽이다. 이미 중국 정부는 제철소 신설 등 경기부양에 뛰어들었다.

 반면 또 다른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경제학) 교수와 파버 등은 “미국은 1910년대 초에, 일본은 80년대 말에 아주 탄탄한 재정과 건전한 금융 시스템으로도 경착륙을 막지 못했다”며 “아직 내수가 충분하지 않고 수출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선 재정 등이 탄탄하다고 경착륙이 예방되진 않는다”고 했다.

바오바(保八)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8% 유지정책. 해마다 경제가 8%는 성장해야 시골에서 도시로 밀려드는 사람에게 일자리가 제공될 수 있어서다. 올해 중국 정부가 수출시장이 침체하고 내수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성장률 목표치를 7.5%로 낮췄다. 하지만 성장률 8%는 경제 분석가들 사이에서 중국 경제의 호황과 둔화의 기준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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