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철을 맞아 ‘도시락’ 고민에 빠진 주부들이 많아졌다. 입맛 까다로운 남편도 남편이지만 반찬 투정 심한 아이들 때문에 무엇을 싸야 할지 결정이 쉽지 않다. 올해 세 살 된 딸 민지를 키우는 주부 김이연(34·인천시 서구 신현동)씨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를 위해 갖은 야채로 영양김밥을 싸주어도 아이는 번번히 야채를 골라내고 먹어 속상하다. 김씨는 이번 동물원 나들이에 묘안을 쓸 계획이다. 바로 캐릭터 도시락이다. 김씨는 “편식이 심했던 이웃집 아이가 엄마표 캐릭터 도시락을 싹싹 비우며 먹는 걸 봤다”며 “나도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굿바이 조미료’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주문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는 박정아(35·서초구 서초동)씨는 “요령만 알면, 의외로 어렵지 않은 게 캐릭터 도시락”이라고 조언한다. 그가 판매하고 있는 주문 도시락의 대부분은 주먹밥 형태다. 그는 “우선 동화책, 만화, 영화 등에 등장하는 인물 중 아이가 누구를 좋아하는지를 알아내 주먹밥 위에 다양한 색의 재료를 써서 주인공의 캐릭터 특징을 살려주면 된다”고 말한다.
캐릭터 도시락 만들기의 첫 번째는 밥짓기이다. 주먹밥용 밥은 고슬고슬해야 적당하다. 불리지 않은 쌀을 쓰고, 물과 쌀의 비율은 1:1이 되도록 한다. 흰 쌀밥에 색을 입히면 도시락이 한결 화사해지고 캐릭터도 더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다. 붉은색은 빨간 파프리카로, 분홍색은 빨간 양배추나 비트 삶은 물로, 주황색은 곱게 간 당근이나 케첩을 사용한다. 삶아 으깬 달걀노른자·카레가루·강황·으깬 호박으로는 노란색을, 말린 파슬리·다진 브로콜리로 초록색을, 으깬 자색고구마로 보라색을, 검은깨 가루로 검은색을 낼 수 있다. 밥이 따뜻할 때 물을 들여야지 색이 곱다. 갓 지은 밥을 한 김 식혀서 주먹밥을 만드는 데, 안에 넣을 소는 물기 없는 마른반찬을 이용한다. 아이들이 잘 안 먹는 나물을 곁들여 넣으면 편식습관도 잡을 수 있다.
주먹밥에 캐릭터를 꾸밀 차례다. 눈이나 머리모양은 김을 사용한다. 습기에도 잘 풀리지 않는 김밥용 김이 적당하다. 김을 자를 때는 미세한 부분까지 오릴 수 있는 소형 가위와 핀셋이 있으면 편리하다.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는 김 전용 펀치도 요긴하다. 문구점에서 파는 크래프트 펀치를 사용해도 좋다. 마트에서 1만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는 미니 쿠키 커터로는 원형이나 별 등의 다양한 모양을 찍어낼 수 있다. 철제라서 두터운 생채소도 거뜬하게 찍어낸다. 여러 사이즈의 빨대를 이용해 눈이나 콧구멍, 뺨 같은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오려낸 부분들을 조합할 때는 마요네즈로 고정한다. 밥에 마요네즈를 살짝 바르면 김밥용 김이 잘 붙는다. 또 랩으로 감싸면 밥이 마르지 않고, 재료들이 밀착돼 한결 보기 좋다. 주먹밥을 넣은 도시락의 빈 부분은 익힌 채소나 과일로 꾸미면 된다. 모양도 예쁘고 한층 균형 잡힌 도시락이 완성된다. 박씨는 “만들 때부터 아이를 참여시키면 도시락에 대한 흥미를 더 높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박정아 씨가 추천하는 캐릭터 도시락 만들기
● 뽀로로 주먹밥
재료 - 밥 100g, 달걀지단 1장, 당근 조금, 김밥용김 1/4장, 멸치조림(혹은 불고기) 1큰술
① 갓 지은 밥은 한 김 식혀 송편 빚듯이 멸치조림을 넣고 둥글게 뭉쳐 준다.
② 달걀지단을 얇게 부쳐 노란 뽀로로의 모자를 만든다. 이때 동그란 쿠키틀을 이용해 얼굴이 나올 부분을 찍어 떼어낸다.
③ 당근은 쿠키 커터나 빨대를 사용해 속을 동그랗게 파낸다.
④ 김밥용 김을 이용하여 뽀로로의 눈과 입을 만든다.
⑤ 준비한 달걀지단과 당근안경, 눈, 입을 차례로 붙이고 랩으로 감싸 완성한다.
● 스누피 주먹밥
재료 - 밥 100g, 당근 조금, 김밥용 김 1/2장, 멸치조림(혹은 불고기) 1큰술
① 갓 지은 밥은 한 김 식혀 송편 빚듯이 멸치조림을 넣고 둥글게 뭉친다.
② 스누피 입 모양이 될 부분을 손으로 눌러 가면서 길게 만든다.
③ 김밥용 김을 이용하여 귀, 눈, 입을 오려서 만든다. 당근은 코가 된다.
④ 2의 밥에 귀-눈-입-코 순으로 붙이고, 랩으로 감싼다.
TIP 달걀지단 잘 부치려면?
달걀노른자 하나를 잘 풀어 소금을 약간 넣는다. 이때 물 1큰술을 넣어주면 매끈하게 부칠 수 있다. 색과 질감을 균등하게 하고 싶다면 거름망에 한 번 걸러주는 것도 방법이다. 미리 기름을 두르고 약한 불로 예열해 둔 팬에 달걀 물을 붓고 모양이 고정될 정도로만 살짝 부쳐준다.
<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 사진="김진원">강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