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입맛 끄는 '로맨틱 코미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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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대작은 없다. 그러나 관객의 구미를 끌 만한 내실있는 영화는 예년보다 많다.

'명절 배우' 청룽(成龍) 의 '엑시덴탈 스파이' 를 제외하면 할리우드 영화 일색이다.

관객의 시선을 끌 만한 영화는 '버티칼 리미트' . 설을 겨냥해 개봉한 한국 영화가 멜로에 비중을 둔 데다 '미트 페어런츠' '왓 위민 원트' 등 외화들마저 로맨틱 코미디물 위주여서 일단 차별화란 면에선 돋보인다.

'버티칼 리미트' 는 지난 13일 개봉하자마자 주말 오피스 박스 1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K2봉의 장쾌한 산악을 배경으로 엄청난 눈사태와 인간의 모험을 실감나게 그렸다.

거짓말 같은 상황을 그럴 듯하게 그려낸 특수효과 솜씨가 돋보인다. 이야기 구성이 꼼꼼하지 못하고 개성 있는 등장인물을 찾기 어렵지만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장면들은 젊은이들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마스크 오브 조로' 를 만든 마틴 케임벌이 감독했다.

로맨틱 코미디 중에서는 '미트 페어런츠' 가 돋보인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벤 스틸러가 한층 여유있는 캐릭터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대부2' 의 로버트 드 니로 역시 중후한 코미디가 뭔지를 보여준다.

사랑하는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미래의 처가를 찾는 어눌한 사위 그렉(벤 스틸러) . 그는 엄격하고 깐깐하기 이를데 없는 장인(로버트 드 니로) 과 수시로 좌충우돌 문제를 일으킨다.

이야기가 장인과 사위의 갈등이어서 다소 진부하지만 장면마다 끼어있는 코믹적 요소들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오스틴 파워' 에서 악취미를 선보였던 제이 로치 감독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여성 감독 낸시 마이어스가 여성 관객을 겨냥해 만든 '왓 위민 원트' 도 경쟁력을 지닌 영화다. 지성미와 섹시함을 겸비한 멜 깁슨이 '여성들이 원하는 것' 을 모두 읽어내는 남자 닉 마셜로 등장한다.

누구나 상상해봤을 법한 소재를 과감히 영화화한 점이 돋보이고 여성들의 미묘한 심리를 건드릴 대사도 이곳 저곳에서 튀어나온다.

하지만 정작 여성용 영화를 표방하면서 똑똑한 커리어 우먼 달시(헬렌 헌트) 가 '추잡한 속물' 로 낙인 찍힌 마셜에게 사소한 몇가지 이유로 넘어간다는 설정은 여성들을 화나게 할는지도 모르겠다.

이밖에 '글래디에이터' 에서 한껏 매력을 발산한 러셀 크로와 멕 라이언이 펼치는 로맨틱 액션 '프루프 오브 라이프' 가 설 연휴 영화 전쟁에 뛰어들었고,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쿠스코? 쿠스코!' 도 어린이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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