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代 벤처 얕보지마' 청소년 벤처협의회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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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큰 꿈이 있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고 거칠 것이 없다.

10대….
이들을 철모르고 자유분방한 '아이' 로 얕보는 어른들이 있다면 이젠 큰 코 다칠 것 같다.
미래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무서운 아이들' 이 당당한 기세로 '테헤란밸리' 에 속속 입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오후 3시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는 범상치 않은(□) 행사가 열렸다.
얼굴에 솜털이 송송 난 앳된 얼굴의 10대 3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10대 한 명이 프로젝터를 통해 설명하는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한국 청소년 인터넷 비즈니스 리그(KYIBL:Korea Youth Internet Business League)' 창립총회. 10대 벤처기업인들의 모임이다.

KYIBL은 벤처기업을 창업하려고 하거나 이미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10대들이 만든 협의체다.

발기인 면면부터 녹록지 않다.
고교생 신분으로 네 개의 벤처기업을 설립했던 권영건(19.대구 강북고 3년.조이비틀 이사)군, 독도 도메인을 독도사랑동호회에 기증해 화제가 됐던 표철민(16.윤중중 3년.다드림커뮤니케이션 대표)군, 지난해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 대상을 받은데 이어 학교 내에 벤처기업을 차린 윤주현(17.경남과학고 1년.셈틀소프트 대표)군, 고교 휴학 후 도메인 서비스사업을 준비중인 염창훈(17.인천 광성고 1년 휴학.에이블웍스 대표)군 등 넷이 발기인이다.
청소년 벤처기업의 대표주자들이 손을 잡은 것이다.
KYIBL은 이들 발기인 4명이 몸담고 있는 회사와 2백여명의 10대들이 모여 만들었다.

"이제 청소년의 벤처 창업은 신문에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유행이 아닙니다.
하나의 청소년 문화입니다.
벤처 창업도 더 이상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지요. "
초대 회장을 맡은 권영건군은 KYIBL의 출범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청소년 벤처는 회사 규모로 보면 아직 대부분이 걸음마 단계다.
10여개 정도만이 기업형태를 띨 뿐 사실상 '나홀로 창업'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성장 잠재력을 갖춘 곳도 적지 않다.

권군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게임업체 '조이비틀' 은 지난해 11월 창업후 두 달만에 1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ISEF에 컴퓨터 바이러스 진단 프로그램인 'X-레이' 를 출품해 컴퓨터 부문 대상을 받은 윤주현군이 설립한 '셈틀소프트' 도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윤군은 "학교 선배 4명을 직원으로 두고 보안솔루션인 '셈틀지기' 를 개발하고 있다" 면서 "바이러스 퇴치에 앞장서겠다" 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도메인을 팔아 번 돈 3천만원과 친구 부모님의 도움으로 자본금 5천만원 규모의 도메인 등록 서비스업체인 다드림커뮤니케이션을 설립, 6천8백여만원의 매출을 올린 표철민군은 청소년 벤처를 '애들이 하는 소꿉장난' 쯤으로 보는 일부 어른들의 시각이 '잘못된 것' 이라고 말한다.

표군은 "청소년이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하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체와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력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싶다" 고 말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선배 벤처인의 눈빛은 따뜻하다.
하지만 벤처를 하려면 장밋빛 미래만 봐서는 안되고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인터넷기업협회의 신재정 사무국장은 "청소년들이 벤처기업을 만드는데서 한걸음 나아가 단체까지 만들었다니 대단하다" 면서 "협회 차원에서 이들을 돕거나 협조할 일이 있으면 적극 검토하겠다" 고 말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은 "청소년의 벤처진입을 긍정적으로 본다" 면서도 "벤처라는 것이 아이디어만 갖고 하는 것이 아니고 실패나 좌절을 겪을 가능성도 큰 사업이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사업에 나서야 한다" 고 말했다.

글〓김창규,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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