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비디오]영화로 보는 영화판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요즘 한국영화계는 바야흐로 르네상스 시대다.

'쉬리'와 불과 1년 터울로 흥행 신기록을 깬 '공동경비구역 JSA'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성과들이 그러한 분위기를 입증해 주고 있다. 따라서 영화에 대한 관심도 많아진 게 사실.

하지만 그러한 성공은 지극히 일부분일 수도 있다. 알고 보면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판 이야기. 이번주는 그 진풍경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장만옥의 이마베프 Irma Vep ★★★☆

감독 : 올리버 아사야 / 주연 : 장만옥 / 출시 : 1998년 7월 6일

장만옥이 실제 장만옥 역할을 맡은, 가상과 현실이 교묘한 방식으로 조화를 이룬 이색적인 작품이다. 영화 속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프랑스 중견 감독 르네 비달은 힘을 잃어 가는 프랑스 영화계를 상징한다. 줄곧 흘러나오는 영화에 대한 자잘한 잡담들이 영화 매니아 혹은 영화 관계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프랑스의 중견감독 르네 비달은 신작으로 1915년작 '뱀파이어(이마베프)'를 리메이크하려고 한다. 주연으로는 홍콩영화 '동방삼협'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장만옥을 캐스팅하기로 했다. 파리에 도착한 장만옥은 두꺼운 분장 속에서 고된 연기를 견뎌내야 하고, 저예산의 제작과정은 생각보다 고되다.

죽이는 이야기 ★★★☆

감독 : 여균동 / 주연 : 황신혜, 문성근 / 출시 : 1998년 3월 3일

어처구니없이 돌아가는 충무로 영화판을 비교적 날카로운 시선으로 풍자하고 있다. 예술을 하기 위해 영화판에 뛰어든 순수한 사내와 대박 터뜨려 줄 '죽이는 이야기'만을 찾는 영화사 사이에 엉뚱한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삼류 여배우로 출연한 황신혜의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구이도는 작품성은 있으나 흥행에 실패한 데뷔작 때문에 별 대접을 못 받는 충무로 영화감독이다. 항상 대박을 터트릴 만한 '죽이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던 그는 여관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훔쳐보는 여관 종업원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그리려 한다. 영화사는 이 아이디어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사장과 그렇고 그런 사이의 삼류배우 말희를 주연으로 해 줄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플레이어 The Player ★★★☆

감독 : 로버트 알트만 / 주연 : 팀 로빈스, 그레타 스카키, 줄리아 로버츠 / 출시 : 1993년 6월

헐리우드의 이단아로 불리는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헐리우드 풍자 영화다. 헐리우드보다 칸느에서 더 호평 받은 이 작품은 말끔하게 죄의 임무를 수행하는 한 파렴치한 인간 캐릭터를 철저히 중립적인 시선으로 형상화해낸다. 칸느영화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매일 매일 수천 통의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헐리우드 메이저 영화사. 영화사 중역 그리핀은 어느 날 낯선 시나리오 작가로부터 협박엽서 한 통을 받는다. 그런데 그리핀은 우연한 사고로 협박범인 듯한 시나리오 작가를 죽이게 되고 그의 애인을 가로챈다. 용의자로 지목된 그리핀은 사건 목격자의 오판으로 인해 무죄로 석방된다.

비공개 Guilty by Suspicion ★★★☆

감독 : 어윈 윙클러 / 주연 : 로버트 드 니로, 아네트 베닝, 조지 웬드 / 출시 : 1992년

1940년대 말 헐리우드에서 행해진 사상 재판 '매카시 선풍'을 배경으로, 이데올로기가 개인적 자유와 예술적 희망을 어떻게 희생시키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성난 황소', '택시 드라이버'의 제작을 맡았던 어윈 윙클러가 연출을 맡았으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특별 출연해 눈길을 끈다.

헐리우드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착실한 중견 감독 데이빗은 프랑스에서 돌아온 후 정부에 소환된다. 당시 미국은 "반미활동위원회"라는 조직을 통해 공산주의자들을 색출해내고 있는 상황으로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밀고되거나 추방당하고 있었다. 데이빗 역시 두 세 번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예술 활동에 큰 타격을 입는다.

인터뷰 ★★★

감독 : 변혁 / 주연 : 이정재, 심은하 / 출시 : 2000년 5월 31일

흔히 말하는 열린 결말의 사랑 이야기다. 사랑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영화가 끝나버리는 그런 작품이다. 사실, 그들의 만남이 사랑으로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주인공이 인터뷰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젊은 영화감독이다. 그와 관련해 영화 촬영장 및 영화 관련 인물들이 소소하게 등장한다.

프랑스에서 영화를 공부한 은석은 사랑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인터뷰 형식으로 찍고 있는 중이다. 어느 날 조감독이 찍어온 비디오테이프에서 영희라는 여자를 발견한 은석은 자신이 직접 인터뷰하겠다고 나선다. 영희는 미용보조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여인. 그러나 군대 간 남자친구 얘기를 할 때마다 내비치는 슬픔은 그녀에게 예사롭지 않은 사정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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